[리뷰] '미스 슬로운' 로비스트가 사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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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사진=메인타이틀 픽쳐스)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사진=메인타이틀 픽쳐스)

원제 Miss Sloane 감독 존 매든 출연 제시카 차스테인, 마크 스트롱, 구구 바샤-로, 알리슨 필, 마이클 스털버그 장르 드라마, 스릴러 상영 시간 132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3월 29일

[매거진M] 제시카 차스테인의 '미스 슬로운'

줄거리 엘리자베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미국 워싱턴 DC 최고의 로비 회사 소속 로비스트다. 그는 총기 규제 법안을 저지하려는 거물 정치인의 위험한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이자, 이에 반대해 작은 로비 회사로 이직한다. 슬로운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거대 권력에 맞서고, 그로 인해 자신과 주변 사람 모두가 위험에 빠진다.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사진=메인타이틀 픽쳐스)

영화 '미스 슬로운' 스틸(사진=메인타이틀 픽쳐스)

별점 ★★★☆ 미국은 로비 활동이 양성화된 땅이다. 미국의 대기업이 제 이익을 위해 매년 막대한 돈을 로비 회사에 투입한다는 건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헌법의 보장 아래, 로비스트는 국회의 입법 과정이나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미스 슬로운’은 국가적으로 중대한 법안이 치열한 로비 전쟁 속에서 좌우되는, 미국의 아이러니한 민주주의 현실 아래 탄생한 영화다.

주인공 슬로운은 총기 규제 법안을 저지하려는 거물 정치인의 제안을 뿌리친 뒤, 대형 로비 회사와 맞대결을 벌인다. 이 구도는 얼핏 악한 정치 세력을 무너뜨리기 위한 선량한 영웅의 대결 서사로 보인다. 하나 슬로운은 그리 선한 위인이 아니다. 극 중 슬로운은 자신이 더 큰 승리에 대한 욕망에 휩싸여 거대 권력에 맞섰노라고 고백한다. 그가 그다지 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영화 내내 노출된다. 승리를 위해 동료의 치부를 만천하에 공개하는가 하면, 도청과 위치 추적 등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성매매도 수차례 벌인다.

슬로운의 대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미스 슬로운’은 “민주주의의 진정한 기생충”이 누구인지 묻는 영화다. “쥐 같은 정치인”일까 “승리에 눈먼 로비스트”일까. 우리는 슬로운의 그늘을 보고도 그를 응원할 수 있을까?

‘미스 슬로운’은 미국과는 여러모로 다른 우리에게도 퍽 흥미로운 영화다. 대형 로비 회사가 입법 과정을 주무르는 미국의 정치 현실, 위선적인 정치인의 모습, 치열한 막후교섭 과정 등이 실감 나게 그려졌다.

‘미스 슬로운’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건 제시카 차스테인의 얼굴이다. 승리에 대한 한 인간의 강렬한 집착, 정치에 대한 환멸, 로비스트 세계의 이면이 그를 통해 살벌할 정도로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 압도적인 연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가치가 충분하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  슬로운의 재능·카리스마·성공·지략·외로움·고통·부도덕·위기·분노·눈물·실패·지략·반전·깨달음이 영화 안에 다 들어 있다. 그 모든 것이 ‘슬로운이라서’ 말이 된다. 이 얼마나 매혹적인가.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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