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을 만나 보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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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호 39면

외국인의 눈

지난 주말에 잠깐 일본에 다녀왔다. 그런데 19일 저녁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에 도착한 순간부터 이미 한국에 되돌아온 듯했다. 면세점에서도 커피숍에서도 귀에 들어오는 것은 한국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20일까지 연휴였는데도 비행기 안에는 압도적으로 한국인이 많았다.

김포-하네다 노선 비행기에 탈 때마다 한국인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 놀란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약 500만에 이르지만 한국을 찾은 일본인은 약 230만으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한국 인구(5000만)가 일본(1억 2000만)의 절반도 안 되는데 말이다. 나 같은 일본인에게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나는 하네다 공항에서 많은 쇼핑 백을 든 한국인 관광객 모습을 보면 적잖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언젠가 일본에 실망하는 한국인이 늘어 이 ‘거품’이 꺼질 날이 오지나 않을까 해서다.

일본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목소리는 대체로 이런 것이다. “음식이 맛있다”, “거리가 깨끗하다”, “온천이 좋다” 등등. 좋은 말들이다. 다만 여기에 ‘일본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현지인과 접촉하기에는 어느 정도 어학 실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일본의 겉모습만을 즐기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

한국에서 자주 듣는 말이 “일본인은 겉(建前)과 속(本音)을 구분한다. 속내를 알 수가 없다”라는 불만이다. 맞다. 한국인들에겐 상당히 불편하겠지만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한다면 일본에서는 중국과 한국을 하나로 묶어 보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것은 매너 위반이다. 그런 일본 문화를 모르면서 한국에 있는 것처럼 큰 소리로 통화하는 모습 등이 안타깝게도 일본인에게 반감을 사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도 ‘겨울 연가’ 이후 폭발적인 한류 붐이 일어났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케시마(竹島) 상륙(독도 방문)’을 계기로 급속히 식었다. 한국의 화장품이나 음식, 패션 같은 일부 모습에만 열광했을 뿐 한국인의 실제 모습을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일본을 방문할 때는 꼭 한번 일본인과 제대로 대화를 나눠줬으면 한다. 그것은 일본 사람에게도 ‘한국 팬’을 늘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 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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