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파킨슨병도 악화시킨다...고령자 특히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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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난 20일 미세먼지 농도 세계 2위를 기록하는 등 대기오염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 미세먼지는 건강에 치명적이라고는 하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증상이 심하지 않다 보니 이를 의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파킨슨병 같은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실제 단기간에 대기오염이 심하면 증상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의 12년 치(2002~2013년) 표본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 100만명의 질병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4일 이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6일 온라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12년간 한국인 100만명 질병 빅데이터 조사 #오염 심할수록 응급실 찾은 파킨슨병 환자 많아 #약 90%가 65세 이상...절반 이상이 75세 이상

 지금까지 장기간(20년 이상)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뇌 신경질환과 관련된 독성물질이 증가한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단기간 갑작스러운 대기오염이 실제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한반도를 뒤덮인 20일. [중앙포토]

미세먼지가 전국적으로 한반도를 뒤덮인 20일. [중앙포토]

 연구팀은 빅데이터에서 파킨슨병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은 사례만 뽑아 입원 일주일 전부터 당일까지 8일간 대기오염 농도를 조사했다. 분석한 대기오염물질은 미세먼지(PM2.5ㆍ지름 2.5㎛ 이하), 이산화질소(NO2), 이산화황(SO2), 오존(O3), 일산화탄소(CO) 5가지다.

 조사 기간 중 파킨슨병 환자가 단기간에 대기오염이 갑자기 심해져 응급실을 찾은 경우는 총 391건이었다. 이 중 파킨슨병 외에 다른 질환이 없는 경우가 77건이었고, 파킨슨병 외에 치매ㆍ당뇨병ㆍ뇌경색 등 합병증이 있는 경우는 314건으로 더 많았다.

 조사 결과 미세먼지가 1㎥당 10㎍씩 늘어날 때마다 파킨슨병 환자가 입원하는 경우는 1.6배가 됐다. 이산화질소는 10ppb 증가하면 입원 건수가 2.4배씩, 이산화황과 일산화탄소도 농도 1ppb당 각각 1.6배, 2.3배씩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오존은 농도가 0.1ppm 증가하면 1.5배씩 입원 건수가 늘었다.

 대기오염이 갑자기 심해져 병원을 찾은 파킨슨병 환자 중에선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많았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엔 77건 중 69건(90%), 합병증이 있는 경우엔 314건 중 273건(87%)이 65세 이상이었다. 이중에서도 75세 이상 노인이 각각 41건(53%), 159건(5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호 교수는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신경계 질환인 치매와 파킨슨병 환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며 “파킨슨병 등 신경계 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들은 대기오염 농도가 높은 날에는 특히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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