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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 청소년 “한국 온 뒤 삶, 모국과 비교하면..."

중앙일보

입력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 [중앙포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그네를 타는 모습. [중앙포토]

서울에 사는 장모(22)씨는 4년 전인 18살 때 한국에 온 '중도입국자'다. 그는 중국에서 고등학교 1학년까지 다녔지만 한국으로 들어와선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는 경기도의 한 공장에서 일한다. 장씨도 돈을 벌기 위해 편의점·공장·미용실 등을 돌면서 일해 왔다. 그는 지난해 말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 커서 한국에 온 중국인들은 이민 2세에 비해 몇 배로 적응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청소년정책연구원, 중도입국 청소년 577명 설문 조사 #언어가 사회 적응의 최대 난관..."한국어 교육 원해요" #한국보다 모국에서의 삶 만족도 높아...어릴수록 격차 커 #"다문화 가정보다 열악한만큼 사회 관심, 정부 지원 필요"

  장씨처럼 중도에 입국한 청소년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이들에겐 '한국어'가 최대 난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모국보다 한국에서의 삶 만족도가 더 떨어지는 편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전국의 중도입국 청소년 577명(재학생 404명, 비재학생 17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주로 외국인 부모 출신국에서 성장하다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중간에 한국으로 따라 들어온 청소년을 의미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령기에도 교육 혜택을 못 받고 단순 노무직 등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뭘까. 의사소통에 꼭 필요한 '언어' 문제라는 답이 돌아왔다. 학교에 재학 중인 중도입국 청소년의 27.4%는 공교육 입학 소요 기간이 1년 이상 걸렸다고 답했다. 2년 이상이라는 비율도 10명 중 1명(10.6%)이었다. 학교에 늦게 들어가게 된 건 '한국어 실력 부족'(55.3%)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해도 상황은 비슷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된 이유로 '한국어 실력 부족'(24.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때문에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원하는 정책 지원도 '수준별 한국어 교육'이 24.9%로 1위를 차지했다. 다른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어 구사부터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셈이다.

  이처럼 적응이 쉽지 않은 탓에 전반적인 삶의 모습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모국과 한국에서의 삶의 만족도를 비교했더니 모국은 6.94점(10점 만점), 한국은 6.89점으로 되려 현재 상황에 더 불만족스러워 했다. 특히 17세 이하는 모국에서의 만족도가 7.23점인 반면 한국은 6.94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일상에서 겪는 아픔도 컸다. 지난 6개월간 한국 사회에서 언어, 외모 차이 등으로 차별받은 경험이 있는지 묻자 5명 중 2명(39%)이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차별받는다고 강하게 대처하지도 못 했다. 차별을 받아도 그냥 참는다는 비율이 절반을 넘는 58.9%에 달했다. 부모님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알린다는 응답이 17.9%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고 한국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비교해도 성장·자립 여건이 척박한만큼 사회적 관심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낯선 환경과 새로운 가정에서 성장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에서 역량을 온전히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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