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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수생에서 배구퀸으로 거듭난 알레나, '확률 0'에 도전

중앙일보

입력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트라이아웃 3수생이 V리그 퀸으로 다시 태어났다.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가 알레나 버그스마(27·미국·1m90㎝)를 앞세워 가능성 0%에 도전한다.


정규시즌 3위 인삼공사는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 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2승제) 2차전에서 2위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19-25, 25-22, 28-26, 24-26, 15-10)로 꺾었다. 1차전에서 1-3으로 져 벼랑 끝에 몰렸던 인삼공사는 승부를 3차전까지 끌고 갔다.

알레나가 지배한 경기였다. 알레나는 박정아-김희진-매디슨 리쉘로 이어지는 IBK기업은행과 맞서 혼자서 공격을 이끌었다. 역대 여자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인 55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도 무려 50.5%나 됐다. 5세트 14-10에서 경기를 마무리 지은 것도 알레나의 백어택이었다. 블로킹도 5개나 잡았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은 리쉘 봉쇄를 위해 알레나를 리쉘과 맞물리게 로테이션을 짰는데 이것이 주효했다. 서남원 감독이 "처음엔 부상을 두려워해 블로킹을 잘 못 했다"고 말했던 예전의 알레나가 아니었다.

승부욕도 돋보였다. 미스 오레곤주 출신 알레나는 항상 싱글벙글하는 얼굴로 코트에 나선다. 자신이 실수하면 한국말로 '미안'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미소 대신 반드시 이기겠다는 독기를 품은 채 뛰어오르고, 또 뛰어올랐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할아버지가 주한 미군 출신인 알레나는 사실 한국에 올 수 없었다.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두 차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인삼공사가 1순위로 선발한 사만다 미들본이 갑작스럽게 임신을 하는 바람에 알레나가 대체선수로 기회를 얻었다. 서남원 감독은 "원래 생각했던 선수는 따로 있었지만, 소속팀이 정해져 있었다. 고민하던 차에 알레나가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해 뽑았다.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3수 끝에 한국에 온 알레나는 달라졌다. 빠르게 기량을 쌓으며 한국 리그에 적응했다. 덕분에 2년 연속 꼴찌였던 인삼공사는 3위로 봄배구 티켓을 따냈다. 득점 1위도 알레나의 차지였다. 알레나는 "공격을 많이 하는 것도 좋다. 한국에서 많은 걸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알레나와 인삼공사의 다음 목표는 기적의 완성이다. 역대 여자부 플레이오프에선 1차전 승리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인삼공사가 22일 오후 7시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3차전을 이긴다면 최초의 팀이 될 수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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