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살 검토"·정미홍 "목숨 내놔"...극언의 정치학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박종근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박종근 기자]

 자유한국당 소속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자살 발언'을 한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홍 지사는 지난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열린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대선출마 자격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0.1%의 가능성도 없지만, 없는 사실을 또다시 뒤집어씌우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발언 다음날인 1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당 발언에 대해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극단적 선택을 안해도 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발언을 지켜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당장 상대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홍 지사의 파렴치한 망언 릴레이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나오겠다는 사람의 실태라니 참담하다"고 비난했다.

[사진 정미홍 전 아나운서 페이스북]

[사진 정미홍 전 아나운서 페이스북]

그러나 정치권 주변에서 홍 지사와 같은 '극언(極言)'은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정미홍 전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에 "탄핵심판은 각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만약 인용이 된다면 제가 먼저 목숨을 내놓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역시 국회 탄핵소추안 발의를 놓고 '손에 장을 지지겠다'라고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보다 앞서서는 지난 2015년 4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이완구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자리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며 "돈을 받은 증거가 나오면 목숨이라도 내놓겠다"고 말해 적절하지 않은 발언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이완구 전 총리 [중앙DB]

이완구 전 총리 [중앙DB]

이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선 "결백을 주장하려다 보니 발언이 거칠게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준표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돈을 받지 않아 자살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완구 전 총리도 2016년 2심 재판 뒤 당시 발언에 대해 "그만큼 결백했기 때문에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러 전략적인 행보라는 주장도 나온다. 명지대 정치학 김형준 교수는 홍 지사의 '자살' 발언에 대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라고분석했다. 김 교수는 "선거도 마케팅과 같아서 '3A'라는 단계를 거친다. 주의를 끌고(Attention), 매력을 발산한 다음(Attraction), 애정(Affaction)으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후발주자인 홍지사는 같은 조건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주목을 끌기 위한 발언을 선거 전략적인 측면에서 한 것인데 무조건 '신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성공회대 최진봉 교수는 해당 발언에 대해 "본인들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사실상 선전선동을 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발언이 반복될 수록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극언을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보면 열세에 있거나 반전을 꾀하는 사람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이 극언을 통해 터닝포인트를 만들거나 자극을 주려고 하는 것인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중립이라는 게 없어진다"며 "상대방과의 건전한 비판과 토론, 아젠다나 여론이 형성되지 않는 극단의 부정적 상황만이 남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본인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책임지지 못할 말을 반복하는 것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장기적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결국 정치인들의 무게감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