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탔어" 화마가 훑고 간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발만 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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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 철제 구조물만 남은 점포 안은 잿더미만 가득했다. 생선들이 쌓여있던 좌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다른 한쪽엔 불에 탄 초장 용기 속에서 쏟아진 빨간 고추장과 입을 벌리고 죽은 조개껍데기가 가득했다.

18일 새벽시간에 소래포구 재래시장에 불, 전체 상가 3분의 2 피해 #가동 좌판에서 불길 시작,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 등으로 피해 확산 #주말 대목 앞두고 활어 등 대량 구입한 상인들 피해 보상 막막 #소방서 추산 6억5000만원 피해 예상...더 늘어날 수도

삼삼오오 모인 상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정말 다 타버렸다. 앞으로 어떻게 하냐"며 눈시울을 붉혔다. 뜰채로 수조에서 생선을 꺼내던 한 상인은 "다 죽었다"고 하소연했다.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소래포구에서 15년간 장사를 했다는 박경림(54·여)씨는 "주말이 대목이라 어제 생선을 가득 주문했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1시36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재래시장)에 불이 났다. 새벽 시간이라 다행히도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2시간 30분 동안 시장이 타면서 소방서 추산 6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소방 관계자는 "이것도 추정치로 피해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은 바닷가와 인접한 재래시장 어시장 4개 동(가~라)에서 났다. 이곳은 3.3㎡ 규모의 소규모 좌판 332개와 횟집 등 점포 41곳이 몰려있는 곳이다. 이날 불로 전체 좌판의 3분의 2인 좌판 220여 개와 인근 점포 20여 곳이 불에 탔다.

좌판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데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도 없고 비닐로 된 천막 등으로 지어져 불이 계속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경찰은 화재 현장 인근에 있는 관리사무소에서 어시장에 설치된 60여 대의 폐쇄회로 TV(CCTV) 영상을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CCTV를 확인한 결과 어시장 가동의 전봇대에서 5m 떨어진 한 좌판에서 최초로 연기가 발생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곳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날 경찰과 소방 당국의 합동 감식에서도 이 일대에서 전선이 끊어진 흔적(단락흔)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선이 끊어지면서 화재가 났을 수도 있지만 화재로 전선이 끊어져 단락흔이 생겼을 수도 있다"며 "내일(19일) 오전에 있는 2차 감식 후 화재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18일 오전 1시 36분쯤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큰불이 났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불로 소래포구 재래시장 내 좌판 330곳 중 220곳과 점포20곳이 탔다. 최모란 기자

앞서 소래포구에선 2010년 1월과 2013년 2월에도 불이 나 각각 점포 25곳과 36곳이 불에 탔다. 당시는 변압기 용량 부족과 과전압 현상 때문에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상인들은 이번 화재 피해가 예전보다 훨씬 큰 만큼 영업 재개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피해 상가의 상당수가 무허가 가건물이라 화재보험에도 가입되지 않아 보상도 막막한 상태다.

소래포구를 관할하는 인천 남동구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피해 상황 점검 등에 나섰다.

남동구 관계자는 "화재가 난 재래어시장 외 주변 어시장은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소래포구는 연간 1500만명이 찾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어시장이다. 1974년 인천 내항 준공과 함께 개장했다. 2015년에는 해양수산부의 신규 국가 어항 지정 예비 항구로 선정됐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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