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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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인은 누구나 될수 있다. 가장 감동적이고 가장 선한 마음을 갖는 순간의 언어가 곧 시다.
『해와 달과 별들은 하늘의 글이요, 산천과 초목은 땅의 글이요, 시와 예악은 사람의 글이다.』
정도전은 그의 시문을 엮은 『삼봉집』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시는 인간의 가장 인간다운 언어이기도 하다.
『…방금도 친구집에서 푸짐한 한끼/음식맛도 고향이 제일이라/국수, 개장, 인절미…/그래도 으뜸가는건 언제나 토장국.』
어느 중공 거주 한인 교포가 쓴 시다. 신동욱교수(연세대)가 소개한 이들 교포들의 시집을 보면 정말 수수한 사람들의 수수한 시가 주는 감동은 따로 있다. 시는 유별난 사람의 글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은 시가 어렵다는사람들이 많다. 김영랑이나 윤동주의 시에 젖은 사람들이 현대의 시를 읽으면 마치 고장난 기계를 들여다 보듯이 난감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인들의 주장은 다르다.
문명의 리듬이 바뀌고, 사회의 구조와 우리의 생활환경이 바뀌었는데 시인만 옛날에 머물러있으라는 말인가.
어느쪽이든 시를 모르고 사는 생활은 불행하다. 시가 없는 세계란 마치 바람과 햇볕과 초목이없는 세상만큼이나 메마르고 숨이 막힐것 같다.
「J·F·케네디」는 워낙 딜레탕트(문수애호가) 이긴 하지만 시를 이렇게 예찬한 일이 있다.
『권력이 부패할때 시는 깨끗이 씻어준다.』
바로 시를 쓰는 마음, 시를 노래하는 그 순수한 감수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자도 『시3백편은 한마디로말해서 사악함이 없다 (사무사) 』고했다. 『시경』의 시가 3백5편인데, 바로 그 속에 담긴 시심을 뜻한 말이다.
깊은 가을, 11월의 첫 일요일 서울 도심 중앙일보뜰에서 열린 시조백일장엔 수많은 시민들이 모여 시심을 겨루었다. 세상은 온통 어지러운 정치판인데 한쪽에서 시를 짓고 시를 읊는일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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