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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성냥갑 아파트’ 탈피, 35층 규제론 못 풀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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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석주서울시의원

이석주서울시의원

2000년대를 전후해 서울 전역은 거의 획일적이고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들이 장악했다. 이는 당시의 열악한 기술과 자본력, 그리고 경제성 증진만을 목표로 한 결과물로, 비슷비슷한 설계와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모양 때문에 ‘성냥갑 아파트’, ‘병풍 아파트’라는 부끄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강남의 한 아파트 전경을 본 외국의 도시계획가가 그 아파트를 군사기지로 착각해 “한강변 군사기지 규모가 대단하다”며 놀랐다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다. 『아파트 공화국』(후마니타스, 2007)

이 ‘성냥갑아파트’가 경관파괴는 물론 관광대국으로 가는데 저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있어왔음에도 불구, 서울시는 시 전체지역의 건물을 35층 높이로 제한하자는 규제를 들이밀며 도시경관의 황폐화를 다시금 자초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베이샌즈, 대만의 타이베이101, 도쿄 스카이트리는 모두 이름난 각국의 명소라는 점 이외에도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특색 있는 건물자체가 유명관광지로 자리매김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아름답게 잘 지은 건물 자체가 관광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데, 관광대국을 꿈꾼다는 우리나라 서울시는 국내외 어디에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건물 층수 제한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명확한 규제원인과 해소방안을 제시하는 전문가와 지역의 민원에도 우이독경 식으로 일관하며 이론적 논리 없는 궁한 변명만 내세우고 있다. 최상의 도시공간을 건설하여 유지 관리할 공공의 책임마저 회피하고 있으니, 이제는 해당 전문가와 시민이 나서서라도 사회적 공론화를 거처 서울의 새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

뉴욕 배터리파크와 싱가포르 케펠베이 등 고품격 해외단지들은 시설첨단화와 특화된 디자인으로 주거문화혁신의 상징과 국제관광메카로 부상했다. 우리도 정말 특화된 최상의 단지를 건설할 경우 공공에서 적극 장려하고 규제완화와 건설에 드는 고비용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만이 다수 시민협조로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고층 첨단화와 디자인이 특화된 고품격 주거단지를 만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건축물의 관광 자원화, 미래 사회 설계, 세원 확충과 그의 분배 등 긍정적인 요인들이 많아 지자체는 고층 건축물 등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또 동일한 용적률에서 높이 규제가 필요하다면 ‘평균층수’를 도입하는 등 다양하고 현명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 당국이 건물 층수까지 규제한다면 주민이 꿈꾸는 멋진 서울은 없다. 심지어 35층 높이 규제는 국내에 어디에도 없다. 시민들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최고 층수를 제한하는 법을 밀어붙일 경우 이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울시장은 평소 시민과 의회에 약속했듯이 지역특성이 고려된 맞춤형 개발과 국제현상 등을 고려하여 건축적 상상력이 발휘된 명품단지를 만들어가길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

이석주 서울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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