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농촌복지·스마트팜 … 농업인 위한 사업 펼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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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병원농협중앙회장

김병원농협중앙회장

농촌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농업인과 고락을 함께하고 있는 필자는 ‘농업인’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부지런함’, ‘정직함’, ‘고단함’, ‘안타까움’ 등 만감이 교차해 왔다. 하지만 농업·농촌이 처한 최근 현실을 보면 ‘묵묵한 희생에 대한 보답이 부족하다는 아쉬움’과 ‘농업인을 위해 제대로 일해서 보답해야겠다는 절박함’이 먼저 떠오른다.

제조업 중심 성장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 확대로 농업의 비중은 계속 줄어왔다. 1970년대 45%에 달하던 농가인구 비중은 5%에 그치고 있으며, 1100만원인 농업소득은 20년간 제자리걸음이다. 최근에는 가축 질병과 청탁금지법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우리 농업인은 환경보전과 같은 공익적 가치를 대가 없이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이 땅에 농업인이 없다면 누가, 어떻게 그러한 가치를 지켜낼 것인가? 우리는 농업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애써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지난해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한 후, 농업인과 수시로 만나 영농현장의 어려움을 청취했다. 특히, ‘농협은 농업인이 아닌 임직원을 위한 조직인 것 같다’라는 말씀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농협이 왜 농업인에게 외면받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내린 결론은 농협이 ‘농업인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라는 목적을 잊고, 수단인 사업확장에 치중했다는 것이었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가 목표를 상실하면 표류하듯이, 농협도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농업인과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야 할방향을 정했으니 실행에 옮겨야 했다. 우선, 농협의 모든 시스템을 농업인 중심으로 바꾸어 나갔다. 이념교육원을 설립해 10만 임직원부터 농심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모든 계열사가 농업인을 위한 사업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실천하고 있다. 또한 도시근로자의 60% 수준에 불과한 농가소득을 2020년에는 5000만원까지 높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농협이 또 보여주기식 사업을 하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모든 농협 임직원이 절박함을 가지고 농가소득 5천만원 달성에 매진해 나간다면, 정부와 국회, 무엇보다도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의 정성을 알아주고 호응해 주시리라 확신한다. 다행히도 최근 우리 노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이제부터는 농업인을 위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갈 것이다. 쌀문제, 가축질병 상시방역, 농촌복지, 스마트팜 육성 등 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을 누구보다 먼저 고민하고, 농업인이 만족할 때까지 혼신을 다할 것이다.

농(農)자는 노래곡(曲)자와 별진(辰)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글자로 농업인은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란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천문을 알고 풍류를 즐기는 지혜로운 이들이다. 우리 농업인이 별을 노래하고 풍류를 즐기는 날까지 농협 10만 임직원은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로 일해 나갈 것이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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