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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리슨데 성중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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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면

[新 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일본보다는 훨씬 낫네요. 거긴 섹스리스가 47.2%인데 지난해 강박사 연구결과에선 한국이 10% 이상 낮으니. 호호.”

지난달 기혼자 6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일본 가족협회의 섹스리스 통계 보도를 접한 한 여성이 우리는 그나마 일본보다 낫다며 위안 삼아 한 얘기다.

필자의 연구소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한국의 성문제를 조사했다. 1090명 대상 통계에서 부부의 섹스리스 비율은 36.1%이었다. 이 부분에서 한국은 일본과 세계 1위를 다퉈왔는데, 세계 평균 20%선에 비해 정도가 유달리 심각하다.

그런데 일본의 섹스리스가 2년 만에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일본의 이번 조사는 객관적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원래 학술적으로 섹스리스는 ‘지난 1년간 연 10회 미만 또는 월 1회 이하’를 말하는데, 이번 일본 연구는 ‘지난 한 달 이상 섹스를 하지 않는 부부’로 규정했으니 학술적 의미와 차이 난다. 만약 같은 잣대로 한국 부부에게 묻는다면 섹스리스가 일본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 나올 수도 있다.

근래에 필자는 우리나라 부부의 섹스리스 문제에 아주 특이한 기형적 양극화 현상을 보고 있다. 즉, 부부끼리는 섹스리스인데 유독 남편들이 혼자 자위나 외도·성매매 등 성중독에 빠진 형태다.

“10년째 저랑 섹스리스인데 남편이 성중독이라구요?”

남편의 상습적 외도가 드러나자, 함께 내원한 C씨의 아내는 경악했다. 신혼 이후 줄곧 섹스리스였기에 충격은 더 컸다. 미국 인구의 5%가 성중독으로 보고되는데 한국에서는 더 많을 수 있다. 기혼의 경우 섹스리스 부부에 남편의 성중독 가능성은 더 크다.

이런 기현상은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안방까지 쳐들어온 일회성 만남이나 성매매 사이트, 올바른 성교육 부재에다 SNS 등 표면적 의사소통은 늘었지만 친밀관계를 맺지 못하고 경쟁 위주로 성장한 우리 문화의 대인관계 속성 등이 원인으로 포착된다. 이는 친밀감 기반의 부부생활보다 본인의 쾌락과 말초자극에 급급한 성중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임을 시사한다.

섹스리스는 단순히 쾌락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사이가 붕괴되거나 당사자의 심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조기 적신호다. 더욱이 부부는 섹스리스인데 한쪽은 성중독으로 양극화가 뚜렷하다면 그야말로 부부의 비극을 뜻하는 위험신호로 즉각적인 치료대상이라 보면 된다.

강동우·백혜경 / 성의학 전문가
서울대 의대 출신 전문의(醫) 부부.미 킨제이 성 연구소와 보스턴·하버드 의대에서 정신과·비뇨기과·산부인과 등 성(性) 관련 분야를 두루 연수, 통합적인 성의학 클리닉·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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