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북, 대통령 파면 3시간만에 315자 짤막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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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관련한 반응을 내놨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파면 결정을 발표한지 약 3시간만이다. 대북 소식통은 “예상보다 빨리 반응을 내놓았다”며 “그만큼 북한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 반응은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나왔다. 315자 단문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서울에서의 보도들에 의하면 박근혜의 탄핵을 요구하는 남조선인민들의 대중적투쟁이 줄기차게 벌어진 가운데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탄핵을 선고하였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지난해 12월 9일 남조선의 국회에서 통과된 박근혜탄핵안을 놓고 3달동안 재판심리를 해온 헌법재판소는 이날 재판관 8명의 만장일치로 박근혜에 대한 탄핵을 결정하였다”고 전했다“며 ”이로써 박근혜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였으며 앞으로 일반범죄자로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에서의 보도들에 의하면..." # 사실 관계만 인용해 단문 보도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북한이 이를 북한 주민에게 공개하는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할지는 미지수였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를 민심이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인식시키게 된다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간 촛불집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도 광화문의 고층 건물은 모자이크를 처리해 내보내는 등, 보도에 신중을 기해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4년 5월14일 탄핵 기각 결정을 받았을 당시, 북한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선고 전날인 13일에는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서기국 보도 제870호라는 제목으로 ”남조선 동포 형제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내고 탄핵 기각을 희망하는 입장을 보였다. 탄핵 기각 결정 다음날인 15일엔 환영하는 입장을 내면서 이 결정이 “미국에 의한 식민지 지배를 끝장내기 위한 반미항쟁”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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