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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생산 3%인 경기도, 수출 전국 1등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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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기도의 물김 생산량은 지난해 전국의 3%지만 수출은 전국 1위다. 3억5000만달러 중 9012만달러를 수출했다. 조미김 가공공장이 많아서다. 사진은 제부도 앞바다에서 김을 채취하는 어부들. [제부도(화성)=최정동 기자]

경기도의 물김 생산량은 지난해 전국의 3%지만 수출은 전국 1위다. 3억5000만달러 중 9012만달러를 수출했다. 조미김 가공공장이 많아서다. 사진은 제부도 앞바다에서 김을 채취하는 어부들. [제부도(화성)=최정동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 김 양식장. 1t급 작은배를 타고 30분 정도 바다로 나가니 폭 2m 길이 2㎞의 그물 수 백여 개가 바다위에 둥둥 떠 있다. 인근 해역까지 합쳐 520ha 규모로 조성돼 있다. 그물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촘촘하게 엮여 있다. 바닷 속을 들여다보니 그물마다 30㎝ 길이의 김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이날 김 채취를 나온 이창수(59)씨의 배가 그물 밑으로 들어갔다. 그물이 들리면서 김이 올라왔다. 2㎞ 구간에서 2~3t 규모의 물김(원초)이 나온다. 이 선장은 이날 하루 11t을 채취했다.

서울 가까운 광주·포천·이천 일대 #도시락용 등 조미김 가공공장 밀집 #작년 9000만 달러 수출, 전체 26% #도, 150억 들여 ‘김산업단지’ 추진

이렇게 채취된 물김은 충남 서천으로 잠시 옮겨진다. 마른김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마른김 공장은 국내에 모두 350여개가 있는데 대부분 전남에 있고 서산에는 50여개가 있다. 경기도에 김 양식장은 있지만, 마른김 공장은 없다. 하지만 김과 관련해 경기도가 1위인 분야가 있다. 바로 김 수출이다. 100개가 넘는 조미 김 가공 공장 덕분이다.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에서 생산된 물김은 1만3414t이다. 지난해 전체 40만9724t의 3.2% 수준이다. ‘완도 김’으로 대표되는 전남도에서만 31만930t(75.8%)이 생산됐다.

경기도의 물김(원초) 생산량은 3.2%에 불과하지만 가공김(조미김과 마른김 포함) 수출은 사정이 다르다. 경기도가 전남도를 제치고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가공김 수출금액은 모두 3억5000만 달러다. 이중 경기도에서만 9012만 달러(25.7%)를 기록했다는 것이 경기도의 설명이다. 생산량 1위인 전남도는 6820만 달러(19.4%)로 3위에 그쳤다. 2위는 8452만 달러(24.1%)를 기록한 전북이다.

조미김을 만드는 경기 광주 ㈜제이케이푸드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임명수 기자]

조미김을 만드는 경기 광주 ㈜제이케이푸드 공장에서 직원들이 완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임명수 기자]

이처럼 경기도에서 김 수출이 많은 이유는 도시락용 김 등 조미김을 만드는 가공 공장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광주와 이천·포천·성남 등에 조미공장만 100여 개가 있다. 김 가공 공장이 수도권에 많은 것은 상대적으로 김 수요가 많은 서울과 가깝고 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물류수송이 쉽다는 이점도 있다. 수도권의 경우 소규모 공장만 설립이 가능한 점도 조미김 공장이 많이 들어설 수 있게 했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김가공업체 제이케이푸드 김기진 대표이사는 “김하면 먼저 전남 완도를 떠올리지만 경기도에서도 김이 생산되고 수출은 1위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매우 적다”며 “최근 김 가공 공장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화성시 제부도 인근에 물김을 마른김으로 만드는 ‘김 수산식품산업거점단지’도 조성하기로 했다. 국비 등 150억원이 투입돼 2019년 완공될 예정이다. 2020년에는 10억원의 매출액과 300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도는 기대했다.

김상열 경기도 수산과장은 “김 양식이 점차 확대되고, 가공 공장도 늘어있어 도내에서도 마른김을 생산하는 시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단지가 조성되면 제부도에서 생산되는 김이 서천으로 가지않고 바로 가공이 가능해 양질의 서비스와 어가 소득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박은정 박사는 “김 양식장과 가공공장 등으로 분업화된 현재의 구조가 도입되면서 사업이 확대된 것 같다”며 “김의 품종을 좀더 다양화해 어가 소득에 보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글=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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