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솔 탈출 지원했다는 천리마민방위, 실체 아리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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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22)을 지원해 온 단체는 ‘천리마민방위’(사진)라는 명칭을 내세웠다. 처음 알려진 데다 김한솔의 소재를 알고 있을 것이란 점에서 그 실체에 관심이 쏠린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는 지난 4일 만들어졌고 서버 IP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다. 관리 회사는 파나마에 등록돼 있다.

탈북 지원단체라고 자신들 소개 #홈피 5일 전에 만들어졌고 #서버 IP는 미국 애리조나에 있어 #서방 측 단체일 가능성도 나와

천리마민방위는 김정남이 지난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당한 이후 김한솔과 가족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했다. 다른 북한 주민의 탈북도 여러 차례 지원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북조선 고위 간부’라며 자신을 밝히고 “내 탈출 과정에 고급 승용차, 비행기까지 동원해 놀랐다”는 주장도 포함돼 있다. 북한에서는 ‘민방위’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다만 노동당 중앙위 전문 부서로 민방위부(부장 이영래)가 편제돼 있다. 정규군이 아닌 노농적위대나 교도대 같은 비정규 무력을 관할한다. 이들을 통틀어 민방위 무력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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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마는 북한 체제를 상징하는 간판급 용어 중 하나로 간주된다. 평양에서 발간된 『조선말대사전』(2007년판)은 “매우 빠른 속도로 사회주의 건설을 다그쳐 나가는 조선 인민의 혁명적 기상을 상징적으로 이르던 말”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방위나 천리마 같은 단어가 품고 있는 이 같은 북한 체제 친화적 이미지로 볼 때 김한솔이나 탈북 인사를 지원하는 단체의 이름으론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단체는 천리마를 ‘Cheollima’로 썼는데, 이는 한국식 로마자 표기법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의 영어판은 지난달 1일 천리마 제강연합소 관련 보도에서 천리마를 ‘Chollima’로 표기했다. 이를 두고 북한 엘리트 계층이나 탈북단체 등이 관여했다기보다는 서방 측이 주도한 기구이거나 또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단체는 “인도적 활동을 한다.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재정 지원을 하고 싶으면 익명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상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주소를 공개하며 결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구체적 실체가 파악될 때까지 이 단체에 김한솔 후원이나 탈북자 지원을 위해 돈을 건네는 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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