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의 미셸 위' 16세 양희영 우승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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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영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고 있다. [골드코스트 AFP=연합뉴스]

남반구에도 한국계 골프 천재 소녀가 나타났다. 16세 소녀 아마추어 골퍼 양희영(호주 이름 에이미 양)이 호주 퀸즐랜드주의 휴양지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 골프장에서 벌어진 유럽여자골프(LET) 투어 개막전 ANZ 레이디스 마스터즈에서 깜짝 우승했다.

2라운드부터 선두로 치고 나온 양희영은 5일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를 쳐 합계 13언더파로 캐서린 카트라이트(미국)와 연장에 돌입, 첫 홀에서 버디를 잡아 우승했다.

ANZ 마스터즈는 일본의 수퍼스타 미야자토 아이와 카리 웹(호주),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 등이 출전한, 남반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자대회다. 양희영은 이 대회에서 22년 만에 우승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양희영의 부모는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다. 아버지 양준모(42)씨는 카누 선수였고, 어머니 장선희(42)씨는 86서울아시안게임 창던지기에서 동메달을 땄다. 두 사람은 태릉선수촌에서 만나 결혼했다.

부모는 서산에서 체육교사를 했다. 양희영은 수영을 하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서산 지역에 골프장이 없어 2004년 말 가족이 호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다. 양희영은 현재 골드코스트 로비나 고교에 재학 중이다. 캐디를 한 아버지는 호주에 계속 머물고, 어머니는 올해 서산중학교에 복직했다. 양희영은 지난해 뉴질랜드 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퀸즐랜드주 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해 호주 최강자로 등장했다.

양희영은 이번 대회에서 미셸 위의 드라이브샷과 박세리의 아이언샷 감각을 보여줬다. 1, 2라운드에서 평균 270야드 정도의 드라이브샷을 똑바로 쳤고, 다양한 아이언 샷을 구사했으며 쇼트게임도 뛰어났다. 무엇보다 16세 소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3, 4라운드 내내 숨막히는 선두 자리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연장전은 18번 홀에서 벌어졌다. 4라운드 17번 홀까지 2타 차로 앞서던 양희영이 이 홀에서 보기를 했고, 카트라이트가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돌입한 홀이었기에 양희영에게 불리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양희영은 침착하게 6m 짜리 버디퍼트를 집어넣어 경기를 끝냈다.

미셸 위가 타이거 우즈 같은 강한 스윙을 하는 것과 달리 양희영은 어니 엘스처럼 부드러운 스윙을 한다. 조만간 여자프로골프 무대에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키가 1m74㎝이며 아직도 크고 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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