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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수업 끝나면 바로 복습··· 쉬는 시간 10분씩 모이면 하루 1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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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0→1등. 자율형사립고인 서울 중동고 2학년 인문계열 하수종군의 고교 입학 전후 전교 등수다. 중학교 때만 해도 하군은 전교 10% 수준으로 전교 40등 정도였다.

서울 중동고 2학년 하수종군 #
암기 과목은 복습노트에 핵심 정리 #
‘시간 때우기’ 안 되게 구체적 계획 짜 #
암기식 수학 한계, 학원 끊고 혼자 공부

중학교 때엔 한 번도 전교 1등을 해본 적이 없다. 대부분 학생이 고교에 진학해 성적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하군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첫 학기 중간고사에서

전교 10등 안에 들었고, 1학년 1학기는 전교 2등을 했다. 그는 “공부법을 바꾼 덕분에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업이 끝난 직후 바로 복습하고 자투리 시간도

철저히 계획을 세우며 사교육을 줄인 것이 그가 소개한 전교 1등 비법이다.

하수종군이 방과 후에 중동고 자율학습실에서 수학교재를 풀고 있다. 그는 학교 쉬는 시간과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을 합쳐 하루 6시간 이상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하수종군이 방과 후에 중동고 자율학습실에서 수학교재를 풀고 있다. 그는 학교 쉬는 시간과 방과 후 자율학습 시간을 합쳐 하루 6시간 이상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다.

책상 위 교재

국어: 현대 산문의 모든 것(꿈을담는틀)

수학: 쎈 수학, 일품 수학(좋은책신사고), 자이스토리, 일등급 수학(수경출판), 블랙라벨(진학사), 수학의 정석(성지출판), EBS 올림푸스 수학(한국교육방송공사)

영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출문제

한국사: 1등급 만들기(미래엔)

지구과학: 자이스토리(수경출판)

수업 후 쉬는 시간 이용해 ‘단권화’ 작업

“딩동딩동~.”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교사가 교실을 떠나면 중동고 2학년 4반 교실은 금세 왁자지껄해진다. 학생 대부분이 매점으로 군것질하러 가거나 다른 친구와 수다를 떤다. 이때 꿋꿋이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교과서를 보는 학생이 있다. 2학년 문과 전교 1등 하수종군이다. 그는 매 수업 직후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해 직전 수업 내용을 다시 훑어본다. 특히 국어·영어·한국사 같은 암기과목은 반드시 복습하고 넘어간다.

눈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스프링 노트에 아예 필기를 다시 한다. 하군은 “손으로 쓰며 암기과목을 공부하면 학습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중학교 때 알게 됐다”며 “고등학교에 와선 수업 때 배운 내용을 곧바로 정리한다”고 말했다.

학교 쉬는 시간을 이용해 정리한 복습노트(왼). 쉬는 시간 10분 동안 공부할 과목까지 꼼꼼하게 적어 놓은 계획표(오).

학교 쉬는 시간을 이용해 정리한 복습노트(왼). 쉬는 시간 10분 동안 공부할 과목까지 꼼꼼하게 적어 놓은 계획표(오).

하군은 복습 노트에 교과서 내용을 그대로 적지는 않는다. 머릿속으로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 뒤 핵심 내용만 자신만의 언어로 다시 필기한다. 한국사 과목을 예로 들면 ‘조선 후기 정치 구조의 변화’에 대한 내용은 교과서에서 한 페이지 절반 분량이다. 하군은 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몇 줄에 정리한다. 가령 이런 방식이다.

교과서에선 ‘조선 후기 정치는 의정부와 6조 체제에서 비변사 중심으로 변화하였다 … 6조는 행정업무를 집행하는 비변사의 하위기구로 전락했고, 동시에 왕권도 약화되었다 … ’라고 이어진다.

하군은 이를 ‘의정부, 6조 체제→비변사 중심(변방 방어 임시기구, 임진왜란 이후 국정 전반 총괄)→변질한 붕당 정치→집권 붕당 비변사 고위관직 독점, 권력 독차지→의정부, 6조, 왕↓’과 같이 요약한다. 하군은 “교과서 내용은 문장이 열거돼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시험에 나올 내용이 뭔지 한눈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하군의 이런 방법은 대부분 모범생의 ‘단권화’ 작업과 비슷하다. 내신시험에 대비하면서 교과서·문제집에 나온 내용을 한 권의 공책에 정리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시험을 코앞에 두고서 단권화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하군은 이를 학교에서 쉬는 시간을 이용해 끝낸다. 그는 “쉬는 시간은 한 번에 10분밖에 안 되지만, 하루치를 다 합하면 한 시간이 넘는다”며 “평소에 미리 해두면 시험 기간에 이해나 암기가 훨씬 잘 된다”고 전했다.

학업계획, ‘SMART’ 원칙 따라 꼼꼼히 세워

고교에 올라와 계획도 철저히 세우고 지키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 등교하자마자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를 적는다. 수업 사이의 쉬는 시간에 무슨 과목을 공부할지까지 정한다. 자투리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사실 하군은 중학교 때까지는 제대로 계획을 세워 공부한 적이 없었다. 시험 시간표에 맞춰 대략적으로 무슨 과목 공부할지 정하는 게 전부였다. 고1 때 학교에서 진로계발을 돕기 위해 이뤄지는 ‘후엠아이(Who am I?)’ 수업을 들은 게 전환점이 됐다.

이후 하군은 수업에서 배운 스마트(SMART) 원칙을 토대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은 구체적이고(Specific),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행동 지향적이고(Action-oriented), 실현 가능하고(Realistic), 시한이 적절해야(Timely) 한다는 원칙이다.

‘영어 공부를 하자’처럼 막연한 방식보다는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학교 도서관에서 영어지문 2개를 해석하고 주요 단어를 외운 후 관련 문제 6문항을 풀자’는 식으로 목표를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계획을 세우면 시간대별로 자신이 실제로 공부한 시간과 완성도를 평가한다. 가령 1교시가 끝난 후 9시10분부터 20분까지 쉬는 시간 10분 간 공부할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5분밖에 집중을 못하거나 아니면 다음 수업이 늦게 시작돼 쉬는 시간이 14분 정도로 길어질 수도 있다. 이런 등등을 감안해 계획을 철저히 지켰거나 초과했다면 계획표에 동그라미 표시를 하고 80점 이상의 점수를 준다.

반대로 점심시간에 20분 간 공부할 계획이었는데 10분밖에 못했으면 세모 표시를 하고 60점~79점을 준다. 하군은 “계획표만 봐도 오늘 하루 얼마나 공부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며 “스스로에게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마음에 계획을 더 철저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하루 일과 뒤엔 계획을 총점검하는 시간을 갖고 계획량과 실제 학습량을 비교한다. 하군은 “중학교 때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을 내가 공부한 시간으로 착각했다.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실천 여부를 점검해 보니 내가 집중하지 않은 시간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데도 기대하는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실제 공부에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학원 강의만으론 진정한 자기 지식 안 돼”

하군이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은 수학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수학을 좋아하고 성적도 잘 나왔다. 그런데도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개념학습에 더 집중하고 문제도 더 많이 풀었다. 서울대에 들어간 고교 선배가 동문 초청 행사에서 ‘수학 문제집을 적어도 5권 풀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게 마음에 와 닿았다.

그는 그날로 블랙라벨·쎈·일등급·일품·자이스토리 같이 유명한 교재를 사서 풀기 시작했다. 하군은 평소엔 정석·EBS 교재를 꼼꼼히 읽으면서 기본개념을 다지고, 내신 시험 한 달 반 전부터는 5권의 교재를 하나씩 공략해 나간다. 문제를 풀고 채점 하면서 틀리거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만 다시 풀어보고 넘어간다. 오답노트는 문제를 적는 시간이 아까워 따로 만들지 않는다.

하군이 여타 학생과 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사교육을 줄인 것이다. 하군은 유치원 때부터 ‘사교육 1번지’ 강남 대치동에서 살고 있다. 중학교 때까진 다른 학생들처럼 학원순례를 다니느라 바빴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학원을 다니는 게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그는 중학교 때에 미리 고교 수학을 선행학습 했다.

당시엔 수학문제 답을 잘 맞혔다. 하지만 개념을 이해해서가 아니라 문제를 외운 덕에 답을 맞힌 경우가 많았다. 이런 판단에 하군은 고교에 올라오면서 수학학원은 그만뒀다. 국어·영어학원만 주말에 다니고 있다.

하군은 “혼자 힘으로 충분히 공부하고서도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학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무턱대고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에서 강의 들은 시간을 ‘공부한 시간’으로 착각하지 말고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학습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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