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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지원, 뇌물이냐 강요냐 … 특검·삼성, 법원서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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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특검 수사 결과 발표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수사팀장, 이규철·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이용복·양재식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사진 전민규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특검 사무실에서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수사팀장, 이규철·박충근 특검보, 박 특검, 이용복·양재식 특검보, 어방용 수사지원단장. [사진 전민규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첫 재판(9일)부터 피고인들과의 본격적인 법정 공방에 돌입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 피고인인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두 번째 재판도 15일에 열린다.

9일 첫 재판부터 치열한 다툼 예고 #판례상 강요 피해자는 처벌 안 해 #박영수 “세기의 재판 될 것”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한 적 없다” #김기춘·조윤선 버티기도 변수

특검팀이 기소한 주요 피고인들이 무죄를 주장하고 있고, 재판 경력이 많은 변호인단의 조력을 받고 있어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박 특검도 지난 3일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을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 결과로 봤던 검찰 특수본의 ‘프레임’을 180도 바꿔 ‘뇌물’로 규정했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214억원), 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원), 정유라 승마지원금(약 78억원) 등이 모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매각 최소화→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등 그룹 지배구조를 이 부회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데 필요한 청탁의 대가로 본다고 발표했다.

대통령 측 "특검, 공모·지시 입증 못 해”

대법원 판례상 강요나 공갈의 피해자는 뇌물공여 혐의로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재판의 승패는 2015년 7월 25일과 2016년 2월 15일 두 차례 독대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나눈 대화를 재판부가 박 대통령의 ‘일방적 협박’으로 볼지, 아니면 ‘부정한 청탁과 대가에 대한 합의나 공감’으로 판단할지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특검팀이 작성한 최순실씨 공소장에 따르면 첫 독대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현 정부 임기 내에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등 삼성의 현안을 언급한 뒤 “지난번에 이야기했던 승마 관련 지원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두 번째 독대에서 박 대통령은 “정유라를 잘 지원해 주어 고맙고, 앞으로도 계속 잘 지원해 달라”고 했고,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 “바이오산업 단지를 만들기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등의 현안 해결을 당부했다고 공소장에 적혀 있다.

특검팀은 이 대화를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하기로 한 합의”라고 보는 반면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은 승마 지원에 대한 질책이 최순실·정유라 모녀 때문인지도 몰랐고, 금융지주회사와 관련한 부탁은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삼성 측은 “두 재단에 대한 지원은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요청에 따른 지원이고, 승마 지원은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강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것일 뿐 삼성의 현안 해결과는 무관하다”고 밝히고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요 피고인들의 유·무죄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측은 모두 “블랙리스트 작성을 직접 지시한 일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 세력과 싸워야 한다”(2014년 1월) 등의 발언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의 변호인은 “정무적 판단을 이야기한 것일 뿐이지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조 전 장관의 이름은 블랙리스트 지시 과정에 대한 공소사실 중간중간 불쑥 등장한다. 지시행위가 언제 어떻게 이뤄졌는지가 관건인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피고인들의 유·무죄는 특검팀에 의해 ‘공모자’ 또는 ‘지시자’로 규정된 박 대통령의 유·무죄와도 직결된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는 “특검 수사는 박 대통령의 공모사실을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재단에 대한 출연을 강요한 적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글=임장혁·송승환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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