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대공항 조짐"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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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뉴욕담시의 주가가 19일 하룻동안에만 다우존즈 산업 평균기수가 5백8포인트나 곤두박질하면서. 이날 동경·런던·프랑크푸르트·시드니증시등 세계 주요증시의 주가도 덩달아 큰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세계주요 증권시장의 주가가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폭락세를 나타내자 이것이 제2의 대공황의 조짐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낳고있다. 1920년대말 대공황도 호황끝에 들이닥쳤던 것이다. 뉴욕증시는 이달 들어서만 지난 6, 14, 16, 19일 4차례나 하루최대 낙폭을 경신, 세계금융중심지인 월가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띠라 다우존즈산업 평균지수는 1천7백38·74포인트로 폭락, 연초인 지난 1월8일이후 처음으로 2천포인트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주식의 시세하락률로도 20일 하룻동안에만 22·62%를 기록, 「검은 화요일」로 불리고 있는 지난 1929년10월28일의 12.82%를 훨씬 능가했다.
이통에 뉴욕증시에서는 「무조건 말고 보자」는 광란의 투매현상이 빚어져 무려 4억6천만주가 거래됐나.
미국의 증시는 지난해4월 소련의 체르노빌핵발전소 사고때와 작년9월에도 주가대폭락사태가 일어났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낙폭이 86포인트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증시는 미국의 지속적인 무역적자로 지난 8월의 무역적자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큰 1백57억달러로 발표된후 이런 추세로라면 연말까지 1천7백억달러선에 이를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들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무역수지가 악화되면 달러화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달러화약세가 지속되면 금리인상 및 물가상승이 뒤따를 것이라는 불안감을 투자자들이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겪은 사상최악의 주가대폭락사태는 이른바 「대공황」의 시발이 된 1929년10월의 주가폭락이다.
당시 미증시는 금융전문가들이 「이전의 모든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신시대」라고 부르던 공전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었다.
뉴욕증시의 주가는 당시 9월3일 피크를 기록하고 서서히 약세국면으로 들어서는가 싶더니10월24일 당시로서는 최대규모인 1천2백89만주가 거래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걷잡을 수 없는 「팔자」 분위기에서 24일이후 1주일간 은행들이 무러 14억달러를 풀어 주가회복에 나섰지만 이미 사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29년 피크시점에서 32년말까지 주식의 가격은 평균 6분의1로 폭락했다.
말하자면 주식은 휴지처럼 취급받게 되었던 것이다. 올들어 지속적인 주가상승세에 힘입어 9월까지 연초대비 34·7%의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던 미국증시가 연초 주가보다 떨어지는등 완연한 폭락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당시의 상황과 매우 흡사한 셈이다.
분위기가 이지경이 되자 뉴욕금시장에서의 금시세는 온스당 4백71·25달러로 하룻새 8달러가 뛰어올랐는데 이는 지난8월초순이래 2개월만에 4백70달러선을 돌파한 것.
이같은 분위기를 부채질이나 하듯 일부 전문가들은 『만약 달러화가 1백40엔선을 돌파하면 월가의 주가는 더욱 큰폭으로 하락, 파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마저 하고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모든 주식투자자 및 전문가들이 이같은 비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어떤 수를 써서라도 달러시세를 안정시킬 것이고 그렇게되면 자연 주식시세도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뉴욕증시의 주가대폭락으로 그동안 세계적인 동반고주가시대를 구가하고 있던 세계 각국의 증시는 미국의 재채기에 똑같은 증세를 보이며 심한 몸살을 당분간 앓게될 전망이다.
한편 국내증시는 세계증시가 더 악화되지 않는 한 이같은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리라고 보는 견해가 훨씬 유력하다.
심리적으로는 다소 악영향이 있겠지만 대통령선거를 비롯, 각종 호재가 산적해 있어 세계주요증시와는 따로 움직이게 되리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이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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