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eport] 40조 덩치 된 ‘스냅’… 풀어야 할 숙제 많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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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상장 뒤 주가 상승세

스냅 공동 설립자 에반 스피겔(왼쪽)과 바비 머피. 창업 7년 만에 억만장자가 됐다.

스냅 공동 설립자 에반 스피겔(왼쪽)과 바비 머피. 창업 7년 만에 억만장자가 됐다.

“지금까지 돈을 벌어본 적이 없으며 손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만성적자에도 매출이 급증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워싱턴포스트).”

사진·동영상 주고 받는 ‘스냅챗’ #설정 시간 지나면 자동 삭제돼 인기 #매출 8배 뛰었지만 1000억대 적자 #인스타·네이버 등 경쟁사 공세 부담 #제2의 페북 될지 트위터 될지 관심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 기대주로 꼽혔던 스냅에 대한 상반된 평가다.

실리콘밸리 뿐아니라 전 세계 벤처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상장한 스냅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날 스냅은 공모가(17달러)보다 44% 오른 24.48달러(약 2만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이틀째인 3일에도 스냅의 주가는 전날보다 11% 오른 27.09달러(약 3만1300원)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2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한 스냅의 기업가치는 340억 달러(약 39조3300억원)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상장 첫날 기업가치를 따져보면 알리바바와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셈이다.

스냅은 사진·동영상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인터넷 기업이다. 스탠퍼드 대학 동문인 에반 스피겔(26) 최고경영자(CEO)와 바비 머피(28)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이 서비스를 함께 출시했다. 스냅 주식의 22%를 각각 보유한 스피겔과 머피는 이번 상장으로 최소 68억 달러(약 6조원)를 손에 쥐게 됐다.

일상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스냅챗은 재미있는 사진과 짧은 동영상을 주고 받는데 쓰인다. 촬영시에는 각종 스티커와 효과를 넣어 사진과 동영상을 꾸밀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전송하는 메시지의 유효기간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삭제 시간을 설정하면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한 후 1~10초 안에 보낸 내용이 사라진다. 2011년 출시된 스냅챗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출시 초반 1000명이었던 하루 사용자 수는 지난해 말 1억5800만명까지 급증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스피겔 CEO를 “차세대 빌게이츠이자 마크 저커버그”라고 표현하며 스냅의 성공 가능성을 점쳤다.

기존의 서비스와는 다른 스냅챗의 특징은 스피겔 CEO의 독특한 성격을 닮았다. 변호사 출신 부모 밑에서 유복하게 자란 스피겔은 고등학교 때부터 슈퍼카를 몰고 다녔다. 자신이 부자라는 사실을 밝히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2012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30억 달러(약 3조4700억원)에 회사를 팔라고 제안했을 때 단박에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세계적인 모델 미란다 커와 약혼한 그는 연예계 뉴스에도 빈번하게 등장한다.

스냅 창업자 에반 스피겔은 세계적인 수퍼모델 미란다 커의 약혼자로도 유명하다. 미란다 커(가운데)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스냅 IPO 기념식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스냅 창업자 에반 스피겔은 세계적인 수퍼모델 미란다 커의 약혼자로도 유명하다. 미란다 커(가운데)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 스냅 IPO 기념식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미국 월가가 바라보는 스냅의 미래는 투자자들이 그리는 장밋빛 전망과 조금 차이가 있다. 우선 수익성이 문제다. 스냅의 지난해 매출은 4억450만 달러(약 4680억원)으로 2015년 매출(5800만달러, 약 671억원)의 약 8배로 뛰었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에도 적자폭은 커졌다. 2015년 3억7200만 달러(약 4300억원)였던 손실액은 1년새 5억1460만 달러(약 5953억원)로 늘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위기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인스타그램은 스냅챗의 서비스 ‘스토리’를 본따 이름까지 같은 스토리 기능을 선보였다. 페이스북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주식회사의 메신저 ‘스노우’도 ‘한국의 스냅챗’으로 불리며 시장에 안착했다. 카메라 화면을 통해 여러가지 스티커와 효과를 넣을 수 있다는 점이 스냅챗과 같다.

자료:스탠다드앤드푸어스

자료:스탠다드앤드푸어스

스냅이 ‘제2의 페이스북’이 아닌 ‘제2의 트위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 첫날 주가(38.23달러)가 공모가에 비해 0.7% 밖에 오르지 않았던 페이스북은 현재 시가총액이 3900억 달러(약 451조2300억원)에 달하는 대형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엄청난 기대감 속에 상장 첫날 주가(44.90달러)가 공모가보다 72% 급등했던 트위터는 첫 실적 공개 이후 주가가 급격히 무너졌다. 현재 트위터의 시장가치는 110억 달러(약 12조7200억원)로 쪼그라든 상태다.

증권가의 부정적 평가에 대해 스냅 측은 “지금의 손실은 성장을 위한 비용”이라고 선을 그으며 올해 10억 달러 매출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스냅의 지난해 이용자 성장률(48%)은 페이스북 IPO 당시와 비슷하지만 매출 규모와 종업원 수 등 지출 면에서는 트위터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며 “광고 수익과 투자 유치를 위해 이용자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는 것이 스냅의 최대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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