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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거장의 경지 ‘사일런스’

중앙일보

입력

사일런스

원제 Silence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 출연 앤드루 가필드, 리암 니슨, 애덤 드라이버, 아사노 타다노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59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8일

줄거리 17세기, 두 신부 로드리게스(앤드루 가필드)와 가르페(애덤 드라이버)는 일본에서 소식이 끊긴 스승 페레이라(리암 니슨) 신부가 모진 고문 끝에 배교(背敎)했다는 소문을 듣는다. 로드리게스와 가르페는 스승을 찾고자 가톨릭 박해가 극심한 일본으로 떠난다. 외진 바다 마을에 숨어 복음을 전파하던 로드리게스는 일본군에 붙잡히고, 결국 배교를 강요받기에 이른다.

별점 ★★★★ ‘고난의 순간, 신은 어디 계신가?’라는 종교적 딜레마를 다룬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이 원작이다. 2007년 『침묵』 영문판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믿음이 의심을 낳고, 의심이 믿음을 풍성하게 한다. 의심에서 촉발된 외로움을 통해 영적 교감을 얻는, 그 고통스러운 역설의 길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는 서문을 남겼다. 이 찬사는 ‘사일런스’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자못 잔인하고 혹독하지만, 장엄하고 묵직하다.

종교색이 짙으나, 종교영화로만 한정 지을 작품은 아니다. 로드리게스의 딜레마는 믿음에 대한 인간의 태도, 종교·문화 간의 관계로까지 확장해 읽을 수 있다.

‘사일런스’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질척거리는 땅, 짙은 어둠, 거대하고도 쓸쓸해 보이는 자연의 풍경이다. 서구 신앙이 뿌리내릴 수 없는 당시 일본의 현실을 보여 주는 가장 영화적이고도 사실적인 방식이다. 어떤 배경 음악이나 화려한 기교 없이, 스코세이지 감독은 한 인간의 종교적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 소용돌이의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집요한 시선으로 따라갔다. 올해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감독상 후보에 그의 이름을 빼놓은 건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앤드루 가필드도 주목하자. 거장과 만나 재능이 만개한 모습이다. 배우와 감독의 시너지는 이런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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