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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미래대학 추진 좌절, 동서대 조립형 대학은 순항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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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14면

반발 설득 리더십 필요한 대학 구조조정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교무위원회에서 “미래대학 설립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미래대학은 염 총장이 2018학년도부터 시행하려던 역점 사업이었다. 염 총장은 이날 “학내 구성원들이 큰 부담을 느끼고 있고 갈등의 소지도 있다”고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고려대의 미래대학은 미국의 올린 공과대(문제해결), 스탠퍼드대의 디스쿨(디자인 사고), 미네르바 스쿨(온·오프라인 결합),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미디어랩(융합실용연구)을 모델로 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융합인재를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미래대학은 추진과정에서 2009년 융합전공을 표방하며 출범한 자유전공학부의 반발을 샀다. 대학 본부와 학내 구성원의 소통 문제도 드러났다. 고려대의 한 관계자는 “미래대학이 생기면 학생 정원 일부를 빼앗기게 되는 다른 학과가 추진에 찬성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국 대학에서 학과 등의 구조조정은 대체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과 연계돼 있다. 재정지원금을 타내는 것과 관계없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대학은 극히 드물다. 학내 반발을 설득할 정도의 리더십이 있는 대학은 가능하다. 부산 동서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장제국 총장은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대학, 파괴적인(disruptive) 대학이 되고 싶다”며 10개 실행과제를 내놓았다. 이 가운데 조립형 대학 구축, 미래형 수업 실시 등이 있다. 장 총장은 “조립형 대학이란 각 학부 또는 전공이 교과목을 개발하면 이를 다른 전공 커리큘럼에 끼워넣는 방식을 말한다”며 “가상현실(VR) 기반 콘텐트를 만들어 디지털콘텐츠학부·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등의 커리큘럼에 조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터넷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지식은 강의실에서 가르치지 않고, 외워서 시험을 치는 방식도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강기헌 기자, 문상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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