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생각은 무엇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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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호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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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네! 관심을 가져주어서 감사하네. 타 전공이라서 수강을 못하는 건 아니네.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 무슨 금지가 있겠는가. 단지 이번 학기부터 실습이 많은 과목의 수강인원 제한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했네. 미안하게 됐네만 스피치와 토론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이네….”


 새 학기 필자 강좌의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에게서 온 이메일 문의에 대한 답변이다. 강의 평가에 수강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 문제라는 학생들의 꾸준한 지적에 대한 고려이기도 하고 교육관의 변화 탓도 있다. 그러나 핵심은 더 늦기 전에 포연이 자욱한 격렬한 ‘토론’을 실행하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집단지성을 경험하는 수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동안 수업에서 강조해 왔다. 인문사회학에서 불변의 정답을 추구하기 보다는 토론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지혜를 구하자고. 토론을 무서워도 어려워도 말고 그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피력하면서 동료의 의견을 찬성 혹은 반박하고,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주장해 보자고. 물론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폭력적인 언어로 인격을 공격하는 행위는 피하고, 강의실에서 일어난 모든 토론을 강의실 밖으로 연장하지 말라고 일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토론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왜 토론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차고 넘치는 교육전문가들의 진단 대신 학생들 스스로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자료를 모아왔다. 2016년 1학기 신문방송학 전공의 2학년 학생의 설명은 “우리는 10년 이상 주입식 교육을 받았습니다. 때문에 모든 문제에는 정답과 오답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토론은 답이 없습니다. 자신의 목소리가 정답이 아니면 어떻게 하지라는 두려움이 우리를 더욱 침묵시킨다고 생각합니다.” 2012년 2학기 전자시스템공학을 전공하는 1학년 학생은 “어려서부터 답 맞추기식 교육을 해 왔기 때문에 자기 의견이 틀릴까봐 겁이 나서”,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1학년 학생은 “초중고 시절부터 항상 점수만을 목적으로 공부를 해옴.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토론에 익숙해 질수 있도록 만들어진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인과 결과를 발생시키는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전체주의적 주입식 교육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다. 암기위주 이분법적 교육은 학생의 지적 성장에는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교육방식이다. 일류 상급학교와 대학 입학을 위한 수단, 오직 성적을 위한 점수를 획득하는 도구로 전락한 교육은 학생들에게 상대적 패배의식을 조장한다. 1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패배의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하는 교육은 생각의 탄생을 억제하고, 토론을 통한 융합적 지혜로 세상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오늘날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정작 그것들의 기원이나 의미는 무엇인지,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거의 파악하지 못한다. 전문적 지식의 양은 늘어나는 데 비해 종합적 이해력은 퇴보 일로에 있다. 현대사회는 지식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암흑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생각의 탄생』, 로버트 & 미셀 루트번스타인)

 너의 생각은 무엇인가에 대한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형성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암기 위주의 교육으로는 창의적 지혜를 쌓는 훈련을 할 수 없다. 새 학기 나의 수업도 활발한 토론을 통해 나와 너의 생각을 소통하고 공동체를 위한 지혜의 광장이 되기를 소망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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