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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전하는 조언 3가지

중앙일보

입력

평창과 강릉 일대에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베뉴(경기장)는 총 13개다. 그 중 새로 지은 베뉴가 6개다. 기존 경기장도 올림픽 코스에 맞춰 재정비를 했다. 그렇게 쓰인 사업비가 9740억원에 달한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베뉴를 올림픽이 끝나고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아직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강릉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과 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2곳은 사후활용 관리 주체도 정하지 못했다. 올림픽까지 약 1년, 이제는 우왕좌왕하지 말고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할 때다. 1972년 아시아 최초로 겨울올림픽을 치른 일본 훗카이도현 삿포로시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훗카이도현과 삿포로시는 올림픽 이후 45년 동안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을 연구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냈다.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장, 콘서트·박람회 등 연간 순수익 5000만원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삿포로 전망대+올림픽 박물관 인기만점 #평창-강릉 25만 적은 인구, 국내외 관광객 늘리는 아이디어 필요

삿포로 올림픽이 열린 베뉴는 총 13개다. 그 중 데이네 경기장의 봅슬레이와 루지 코스는 나가노에 새 경기장이 건립되면서 무용지물이 돼 폐쇄됐다. 그 외에 11개의 베뉴는 훗카이도현과 삿포로시, 그리고 민간기업에서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잘 관리해 사용하고 있다.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장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장

그 중 훗카이도현이 관리하고 있는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렸던 마코마나이 올림픽 파크는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 마코마나이 올림픽 파크는 60년대까지 낙농장이었는데 올림픽을 위해 대대적으로 개발됐다. 개회식이 열렸던 실외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과 폐회식이 열렸던 실내스케이트링크장,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 코스 등이 이곳에 들어섰다.

훗카이도현은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72년 8월에 마코마나이 올림픽 파크 사후활용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훗카이도체육문화협회를 만들었다. 그 협회는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82년부터 35년간 이 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키 히로야스 상무이사는 "올림픽 이후 초반에는 정부와 훗카이도현으로부터 운영비 100% 전부 지원됐다. 2010년부터는 정부가 빠지고 훗카이도 예산으로만 운영됐는데, 훗카이도도 점점 예산을 줄여 현재는 운영비의 70%정도만 부담하고 있다"고 했다.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경기장을 콘서트장으로 활용한 모습.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경기장을 콘서트장으로 활용한 모습.

마코마나이 실내경기장을 박람회장으로 활용한 모습.

마코마나이 실내경기장을 박람회장으로 활용한 모습.

마코마나이 올림픽 파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코마나이 실내스케이트링크장의 연간 운영비는 1억1000만엔(약 11억원). 그 중 훗카이도현은 70% 정도인 8000만엔(약 8억원)을 부담하고 있다. 재정자립을 목표로 삼은 협회는 사후활용 방안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서 적용했다. 여름에는 아이스링크장에 배드민턴·테니스·핸드볼·농구·탁구를 할 수 있는 다목적 실내코트를 설치했다. 99년엔 이 실내경기장에서 남자 배구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2층 관중석 뒤편 공간에는 달리기 코스도 만들었다. 2007년에 일본 부동산 회사인 세키스이 하임에 네이밍 권리를 팔았고, 박람회·콘서트 등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실내 경기장 이용객이 점점 늘어 연간 총 19만8000명이 됐다. 또 연간 약 500만엔(약 5000만원) 순수익을 내고 있다.

오키 상무이사는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에 대해 연구하는 협회 인원은 20명 정도다. 우리가 전부 아이디어를 내고 모든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이런 단체가 없었다면 올림픽 경기장은 폐허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365일 이용하는 마코마나이 실내스케이트장
-1972년 삿포로 올림픽 폐회식,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종목 열림.
-아이스링크(겨울)·다목적 코트(여름). 콘서트·박람회 등 열어. 2016년 19만8000명 이용.
-유일한 흑자 올림픽 베뉴, 연간 순수익 5000만원.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삿포로 올림픽 당시 스키점프 종목이 열렸던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은 삿포로시가 자랑하는 올림픽 레거시다. 삿포로시에서 관리하는 올림픽 베뉴는 4개다. 삿포로 시 예산 약 1조엔(약 10조800억원) 중 올림픽 베뉴 예산은 약 4억엔(40억원)이다. 올림픽 베뉴는 전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적자를 면하고 있는 곳이 하나 있다. 관광시설로 변신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이다.

관광시설이 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관광시설이 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관광시설이 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관광시설이 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삿포로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약 30~40분 걸리는 오쿠라야마 스키점프대는 전망대로 유명하다. 리프트를 타고 스키점프대로 올라가면 삿포로의 시내가 한 눈에 보인다. 연간 10여개 스키점프 대회가 열리고, 일본 인기 스키점프 선수인 다카나시 사라가 훈련하고 있어 많이 사람들이 온다. 스키점프대 아래에는 올림픽 박물관이 있다. 72년 올림픽 물품은 물론 스키점프, 봅슬레이, 스피드스케이팅 등을 직접 타볼 수 있는 체험시설도 있어 아이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 리프트권과 박물관 관람권을 묶어 1000엔(약 1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과 박물관, 레스토랑 등을 방문한 인원은 43만3716명. 매출은 3억5000만엔(약 35억원)이었다.


▷관광시설로 탈바꿈한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
-1972년 삿포로 올림픽 스키점프 종목 열림
-스키점프대 전망대로 이용. 주변에 올림픽 박물관, 라벤더 꽃밭, 레스토랑 등 만듬.
-삿포로시가 자랑하는 올림픽 유산. 2016년 방문객 43만3716명. 매출 35억원.

삿포로가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에 성공한 이유의 큰 배경에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관광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삿포로시청 국제교류과 이와오카 고이치 과장은 "72년 올림픽 개최 전 삿포로 인구는 10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지하철, 현대 주거시설 등이 만들어지면서 인구가 늘었고 현재 약 200만명이 됐다. 그리고 이후 관광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하면서 관광객이 연간 500만명까지 증가했다. 많이 방문하면서 올림픽 베뉴들을 많이 찾게 된 것"이라고 했다.

올림픽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삿포로는 두 번째 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삿포로시가 주관한 올림픽 개최여부 설문조사에서 시민 66%가 올림픽 유치를 찬성했다. 삿포로시청 스포츠국 사토 타다카츠 과장은 "72년 올림픽 베뉴들을 조금만 개보수하면 올림픽을 다시 치를 수 있다. 너무 많은 비용이 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눈앞의 손익 계산보다는 올림픽을 통해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두 번째 올림픽을 통해 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면 일본 톱5 도시를 넘어 세계적인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의 첫째 조건은 방문객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평창군 인구는 약 4만명, 강릉시는 약 21만명이다. 인구 25만명은 삿포로의 8분의1 수준이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의 기쿠치 미키코 매니저는 "기본 인구가 적다면 관광객을 늘려야 한다. 오쿠라야마 스키점프장의 연간 외국인 방문객은 50%에 달한다"고 했다.

오키 상무이사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류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마코마나이 실내경기장에서 샤이니, 엑소 등 한국 인기 아이돌 콘서트를 개최했는데 아시아 전역에서 관람객이 찾아와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평창과 강릉도 매력적인 관광 상품을 개발해 방문객을 늘린다면, 올림픽 베뉴 사후활용도 다양하게 구상할 수 있다. 평창과 강릉에서 열린 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취재한 다카바 미즈호 니칸스포츠 기자는 "평창의 자연과 강릉의 음식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인천공항에서 강릉으로 버스로 4시간이 걸린 게 아쉬웠다.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충분히 다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했다.

▷삿포로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하는 조언 3가지
1. 기본인구가 작다면 국내외 관광인구를 10배로 늘려라.
2. 올림픽 베뉴에서 스포츠 대회+엔터테인먼트 행사를 해라.
3. 눈앞의 이익 말고 보이지 않는 미래의 이익을 생각해라.
삿포로=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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