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성장, 빈부격차 해소 ‘시코노믹스’ 밑그림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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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의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가 3일 시작된다. 양회는 중국의 입법기구인 전국인민대표자대회(전인대)와 자문기구인 정치협상회의(정협)를 합쳐 일컫는다.

시진핑 1기의 마지막 양회 개막 #적정 성장률 유지, 경제 체질 강화 #연수입 38만원 이하 수천 만 명 #2020년까지 0명으로 줄이기로

중국은 매년 3월 초 양회에서 그해의 주요 국정 목표와 경제 운영 방침을 토론하고 전인대에서는 예산안과 주요 법안을 의결한다.

올 양회는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공산당 당대회와 같은 해에 개최되고, 시진핑(習近平·사진) 체제 1기의 마지막 양회인 만큼 성과를 과시하는 기회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중국의 국정운영은 모든 것이 가을에 열릴 예정인 19차 당대회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당대회에선 최고지도부인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의 대폭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전망이다.

국정운영 측면에서 중국이 올해 가장 중시하는 것은 ‘안정적인 경제’다.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과 임금 상승률을 훨씬 넘어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 최근 2∼3년 주기로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공급과잉에 빠진 철강산업 등의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률도 상승 추세다.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리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목표치를 제시한다. 해마다 전 세계 언론과 시장이 주목하는 수치다. 중국 사회과학원을 비롯한 경제분야 싱크탱크들은 올 성장률 목표치를 6.5%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간 무역마찰 가능성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협상 등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최소 6.5%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26년 만의 최저치인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은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것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성장보다는 공급 분야에서의 구조개혁을 통해 내실을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의 체질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은 시 주석의 경제철학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정책의 초점은 ▶과잉공급 해소 ▶부동산 재고 소진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 축소 등이다. 외신들은 이 같은 경제 운용 방침을 ‘시코노믹스’(시진핑+이코노믹스)란 말로 표현한다.

특히 중국 지도부가 우려하는 포인트는 빈부 격차다. 30여 년간의 고속성장에도 불구하고 연수입 2300위안(약 38만원) 이하의 절대 빈곤층이 수천 만 명에 달하는 현실을 타개하겠다는 탈빈(脫貧) 정책은 시 주석이 내건 최우선 국정과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최근 빈곤퇴치와 관련해 시 주석의 성과를 다룬 홍보성 기사를 크게 내보냈다. 빈곤 문제가 중국이 안고 있는 난제 중 하나라는 반증이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탈빈 정책으로 1000억 위안 이상이 빈곤 지역에 집중 투입돼 인프라를 건설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학교·의료시설을 확충하는 데 쓰였다. 그 결과 지난 해 빈곤인구가 5575만 명에서 1200만 명이 줄어들었다는 게 중국 당국의 주장이다. 올해도 1000만 명 이상을 줄여 2020년에는 빈곤인구를 0으로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만드는 2021년에 소강(小康·모두가 안정적으로 잘 사는 것)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게 시 주석이 내건 ‘중국의 꿈’(中國夢)이다.

외교 측면에선 오는 5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의와 9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성공에 주력하고 있다. 두 회의를 통해 시 주석은 국제사회 지도자로서의 이미지와 위상을 높인 뒤 가을 당 대회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날선 반응을 보이며 한국 정부에 배치 재고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가을로 예정된 당 대회와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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