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레오' 뜨면 위치 찾기 정확도 2배로 높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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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확인 정확도 두 배로 높아져=빌딩이 빽빽이 들어찬 도심에서는 위성을 이용한 위치 확인이 틀리기 일쑤다. 위치 확인에 필요한 4기의 위성을 한 지점에서 한꺼번에 볼 확률이 50% 내외로 낮기 때문이다. 최소한 4기의 위성에서 내려보내는 신호를 한꺼번에 받아야 현재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위성들이 빌딩에 가려 1~3기의 위성 신호만 받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GPS 위성의 수가 24기로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갈릴레오 서비스가 시작되면 위성항법 서비스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GPS의 위성 24기와 갈릴레오의 30기 위성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이용 가능 위성이 54기로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은 GPS와 갈릴레오의 상호운영 관련 합의를 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빌딩 숲에서 4기의 위성 신호를 한꺼번에 수신할 확률이 95%로 높아진다. 웬만한 곳에서는 시스템이 제공하는 오차 범위 내에서 정확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GPS의 위치 확인 정확도는 수평으로 13m, 높이로는 22m이며, 갈릴레오는 수평 4m, 높이 8m다. 이는 갈릴레오의 오차가 훨씬 작다는 의미다.

건물 내에서도 이용 가능=위성 신호는 건물 안에까지 명료하게 들어오지 못한다. 장애물을 통과하면 그 신호가 아주 미약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GPS는 위성별로 서로 식별 가능한 특수 코드가 있는데 이마저 신호 구조의 특성이 좋지 않아 실내에서는 어떤 신호가 어느 위성에서 온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현재의 내비게이션이 실내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다. 갈릴레오는 위성별 신호를 더욱 명료하게 구분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실외에서 뿐 아니라 실내에서도 지하에 들어가거나 커다란 건물의 깊은 곳이 아니면 어느 정도 실내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위성 신호가 미약해도 위성별 신호를 잘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난.구조도 신속하고 정확=조난 선박 구조에는 현재 국제적으로 'COSPAS-SARSAT'서비스를 사용한다. 여기에는 7기의 위성이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조난신호(SOS)를 보내고 나면 대기하는 시간이 평균 1시간인 데다 위치 정확도가 5㎞나 된다. 서비스에 사용하는 위성이 적기 때문이다. 갈릴레오는 지구상 어느 위치에서 조난신호를 보내도 그 위치를 수m 오차 범위의 정확도로 확인할 수 있고, 재난을 탐지하고 그 위치를 전송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평균 10분 이내가 된다. 분초를 다투는 조난 상황에서 50분의 대기 시간 차는 생명 구조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낼 수 있다.

듀얼 모드 보편화할 듯=이용자들은 GPS나 갈릴레오 등 두 서비스 중 어느 하나의 전용 또는 듀얼모드(겸용)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어느 한 서비스만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위성 이용 대수가 적어 위치 확인 정확도가 떨어진다. 갈릴레오 측은 GPS와 갈릴레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모드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어느 한 서비스 전용 내비게이션에 비해 1달러 정도 더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의 내비게이션은 듀얼 모드가 대중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갈릴레오의 서비스가 시작되면 위성항법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갈릴레오는 한국 안보에도 중요"

이상정 충남대 교수

충남대 전자과 이상정(사진) 교수. 그는 GPS와 갈릴레오가 통합 운용됨으로써 이용자의 편익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물론 내비게이션 등 관련 산업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갈릴레오 사업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검토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갈릴레오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것은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위성항법시스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GPS가 고장 나는 등 유사시 갈릴레오를 이용할 수 있지요.” 실제 2004년 1월 GPS의 위성 1기가 고장 난 것을 미국도 모르고 3시간 가까이 운용됐는데 그로 인한 거리 오차가 무려 722㎞나 된 것은 갈릴레오 서비스 참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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