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시단 유례없는 "풍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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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월 첫 주 문학과 지성사가 9권의 신작시집을 무더기로 펴낸 것을 신호로 11월 한달동안 출간되는시집은 줄잡아 60여권. 고은·신경림·오규원·양성우 등 중견시인으로부터 이승하·정일근 등 신인시인까지 총망라될 시단최대의 이번 시집·추수기에는 특히 해금이 예상되는 납북시인 정지용·김기림 전집까지 준비되고 있어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우선 지난달 초 3백편 가까운 시를 써 문단을 놀라게 했던 박정만씨는 10월말 문학세계사·나남·문학사상사·정음사·청하·한겨레 출판사에서 『등불세화』『저 쓰라린 세월』등 시집 6권을 동시 출간하게 된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다섯 번째 시집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를 펴낸 오규원씨도 화제. 불신사회의 거짓삶을 특유의 사물시적 시각으로 밀고나간 이 시집은 제목이 말해주듯 상표·광고문안 등을 통해 타락한 시장겅제를 풍자·야유하는 독특한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겨울공화국』『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의 시인 양성우씨는 창작사에서 열번째 시집 『그대의 하늘길』을 출간, 지상의 고난을 겪고 하늘을 떠도는 넋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으며 『서울의 예수』의 시인 정활승씨는 세번째 시집 『새벽편지』(민음사간)를 출간, 시단의 주목을 끌고있다.
『메이비』 의 시인 장영수씨는 4년만에 신작시집 『나비같은, 아니아니, 빛같은』(문학과지성사간)을 퍼내 「고통의 공동체적 인식」이라는 또다른 시적 변모를 보여주고 있으며 청년시절 문단의 시재로 통했던, 현재 미국에서 살고있는 이세방씨도 문학과 지성사에서 두 번 째시집 『조국의 달』을 출간했다.
고은씨는 초기 『피안감성』시대부터 최근의 『만인보』까지의 시력을 『너와 나의 황토』(고려원간)와 『나의 파도소리』(나남간) 라는 두권의 시선집으로 정리했으며 신경림·문병난·김준태씨는 10월하순 실천문학사에서 신작시집을 더낸다.
이밖에 안수환·고정배·성춘복·민용태·나태주·조정권·이생진·허형만·김형영·최석하·정인섭·이세룡·정동주·홍희표씨 등이 신작시집들을 선보인다.
10월에 첫시집을 상재하는 신진들로는 조재도·권혁진·이승하·정일근·임민·박세현·엄승화·박방희·박용재·서경온 등 10여명에 달한다.
12년만에 첫 시집 『프라지아 꽃을 들고』를 문학과 지성사에서 퍼낸 권학진씨는 자기 학대 등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탐색하고 있으며 84∼85년 등단한 이승하·정일근씨는 나란히 첫시집 『사람의 탐구』(문학과 지성사간), 『바다가 보이는 교실』(창작사간)을 퍼냈다.
『민중교육』 지관련 해직교사 조재도씨는 『교사일기』(실천문학사)를, 세상읽기동인 박세현씨는 『꿈꾸지 않는 자의 행복』(청하)을 각각 처음 상재하며 출판사를 통해 데뷔하는 시인 엄승화·임민씨는 11월말 「성적이미지등을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 『온다는 사람』(청하)과 광주사태를 서정적 서사시로 그려낸 『매장시편』(민음사)을 각각 출간할 예정이다.
한편 몇해전 타계한 『북치는 소년』의 김종삼씨의 시전집과 74년 출간즉시 반체제적이라는 이유로 판금된 최민씨의 시집 『상부』이 모두 민음사를 통해 출·복간되며 10월중 해금이 유력시되는 납북시인 정지용·김기림의 작품들은 『정지용전집』(전2권·민음사) 『김기림전집』(심실당) 『정지용 작품선집』(깊은샘 출판사) 등의 형태로 해금 즉시 서점에 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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