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맞아 흔들리는 「안정」|이석구 <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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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0월들어 추석전 3일간 한은을 통해 풀려나간 현금만해도 1조원이 넘는다.
그 많은 돈은 선거를 앞둔 각정당의 선심·노임인상등과 어울러 그어느 때보다 올해 추석을 풍성한 명절 분위기로 만드는데 일조를 한셈이다.
이처럼 돈이 많이 풀리면 우선은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시장 경기도 호황을 누려 모두에게좋은 것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것만도 아니고 단순하지도 않다. 돈이 많이 풀리면 그에 비례해 물가가 오른다는 평범한 진리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계절과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그동안 애써 다져온 안정기조가 흔들리는 것 같아 매우 불안하다.
통화당국은 지난 8월부터 여신 규제를 대폭 완화, 돈을 거의 무제한 풀기 시작했고 성역처럼 여기던 총통화증가율 18%선도 슬그머니 포기한 상태다.
물론 노사분규 여파로 기업들의 아우성이 심했고 국제수지 혹자로 늘어난 시중돈을 거둬들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도 모르는바 아니다. 통화당국은 다시 시중 돈을 회수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이나 어딘지 나사가 풀린듯한 감이다.
어쨌든 요즘 돈이 많이 풀렸고 물가는 오르고 부동산은 꿈틀거리고 있다.
앞으로도 국제수지 흑자·임금인상·선거자금 등으로 돈은 계속 풀려나갈 전망이다.
특히 국민투표·대통령 및 국회의원선거가 닥쳐 이른바 정치성 선심 공세로 돈이 얼마나 더 풀러나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흐르면 결과는 빤하다. 부동산등 실물투기와 물가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단 안정이 무너지고 인플레·투기가 성행하면 그때는 걷잡을수 없게된다. 인플레만은 허용해선 안된다. 그것은 만인의 공적이므로…. 무턱대고 돈을 풀려고만 하는 정치권도 문제를 심각히 생각해야할 것이지만 결국 재무부·한은의 강력한 의지와 결심여하에 달린 것임을 재인식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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