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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총격에 동료들 피투성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서해 백령도근해에서 북괴함정의 포격을 받고 침몰한 제31 진영호(1백1t)의 유일한 생존자 장병반씨 (32)가 7일하오10시7분 해경경비정편으로 인천항 연안부두에 도착, 사고순간과 경위를 설명했다. 탈진한 모습의 장씨는 8일새벽. 고열과 탈수증으로 인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날낮 고향인 선산으로 떠났다. 다음은 장씨와의 1문1답.
-당시 상황은.
▲7일 상오4시30분쯤 항상 조업을 하던 백령도 서쪽에서 32진영호와 3백m쯤 거리를 두고 홍어를 좇는데 갑자기 뒤쪽에서 북괴함정이 다가오며 『서라, 서라』는 방송을 해 30여분동안 피해다녔다.
-피격순간은.
▲남쪽으로 계속 달아나는데 뒤따라오던 북괴함정이 상오5시5분쯤부터 기관총과 기관포를 무차별로 쏘기 시작, 동료선원 몇명이 맞고 쓰러져 피투성이가 된채 나뒹굴었다.
-주로 선박 어느 부분이 피격됐는가.
▲조타실과 선미부분이었다.
-침몰과정은.
▲집중포화를 맞은 배가 10여분후부터 오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는데 북괴함정이 쏜살같이 달려와 배뒤쪽을 들이받아 삽시간에 배가 물속으로 가라 앉아버렸다.
-피격당시 어디에 있었는가.
▲선장· 갑판장과 함께 셋이서 조타실에 있었는데, 선장 추씨도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졌고 일부 동료는 배위에서 총에 맞았으나 나머지는 배와 함께 물속에 잠겨 실종된 것 같다.
-어떻게 배에서 나왔는가.
▲북괴함정에 들이 받힌 배가 기울면서 물이 가슴까지 차기 시작, 갑판장 조씨와 함께 조타실유리창을 깨고 바다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갑판장은 두서너차례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고 나는 나무판자에 매달려 겨우 물위에 떠있었다.
-어디를 다쳤나.
▲특별히 다친 곳은 없는 것 같다.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표류해 기운이 없다.
-언제 출항했으며 현지에는 언제 도착했는가.
▲지난달 21일하오 여수항을 떠나 29일 현지에 도착, 홍어와 가자미잡이를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선원생활을 했나.
▲어선을 탄지는 5년쯤된다. 백령도 부근에서의 조업은 1년정도다. 백령도부근에는 10월이 되면 홍어가 갈 잡혀 저인망어선들이 많이 몰려든다.
-가족관계는.
▲경북 선산에 부모님이 계시며 아직 미혼이다.<인천=김정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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