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는 '코드' 안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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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차장은 지난해 도청사건 수사를 비롯,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처리에서 엄정한 법 집행으로 검찰 안팎에서 평가를 받았다. 검찰 내부 평가에서도 줄곧 승진 1순위 후보로 올랐다.

특히 지난해 국정원 불법 도청 사건 처리에서 청와대와 여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신건.임동원씨 등 전직 국정원장 두 명을 법대로 구속하는 뚝심을 보였다.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가 두 전 원장의 불구속 가능성을 언급해 수사개입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황 차장은 사건의 주요 고비 때마다 정상명 검찰총장 등 간부들과 협의해 일을 처리했기 때문에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황 차장의 탈락은 예견됐다는 반응도 있다. 천정배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강력히 주장해온 정치인이었다. 공안 검사들에게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검사장급으로 승진한 8명 중 정통 공안검사 출신은 한 명도 없다. 황 차장은 청와대가 밝힌 음주운전이나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로 탈락한 경우에 해당되지도 않았다. 법무부 측은 "2002년 10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이던 황 차장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 등이 폭로했던 국정원의 도청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기 때문에 문책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퇴임한 고영주(57.사시 18회)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검사는 정권의 검사가 아닌, 대한민국 검사여야 한다"며 "현 정권이 공안검사를 너무 박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전 지검장은 1981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임검사를 맡는 등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 이론가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중앙지검의 한 공안부 검사는 "이번 인사는 공안검사들에 대한 홀대가 역력하다"며 "앞으로 누가 공안검사를 자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2003년 송두율 교수 사건으로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했던 박만 변호사는 "단순히 공안부서에서 맡은 일을 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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