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톡톡! 글로컬] 한옥마을 2000만 관광객 맞을 준비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김준희내셔널부 기자

김준희내셔널부 기자

옛것과 현대적 트렌드의 조화….
한 해 관광객 1000만 명을 넘어선 전주 한옥마을의 히트 비결이다. 한옥마을은 도심 한복판에 한옥 625채가 몰려 있는 톡특한 공간이다. 여기서 한복을 입고 꼬치구이 등 다양한 ‘핑거푸드(finger food, 손으로 쉽게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를 즐길 수 있다. 이런 모습을 ‘셀카’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게 유행이다.

전주시가 행정자치부와 손잡고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간 한옥마을에서 사용된 이동통신 기록과 SNS, 카드매출 기록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1066만9427명이 다녀갔다. 전주시가 2013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방문객(508만 명)이 두 배로 늘었다. 20대가 21.4%(228만 명)로 가장 많았지만 전 연령대가 골고루 분포했다. 관광객들은 이 기간 한옥마을에서 1234억원을 썼다. 상품의 수명 주기로 보면 전주 한옥마을은 성숙기에 와 있는 듯하다. 이 흐름대로라면 2000만 시대도 머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관광객만 끌어모으는 게 능사일까.

주차난과 쓰레기 문제는 고질병이 됐다. 가상체험(VR) 시설과 ‘거리의 무법자’ 전동휠도 골칫거리다. 지나친 상업화에 따른 한옥마을의 정체성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앞서 전주시는 2015년 ‘꼬치구이 퇴출’을 밀어붙였다가 접은 바 있다. 상인들이 반발해서다. 현재 16곳이 영업 중인 꼬치구이집 업주들은 “꼬치를 팔면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 건데 인정을 안 해준다”며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지키려면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맞선다. 최근엔 같은 맥락에서 한옥마을 내 일식집을 인수해 중국집을 개업한 업주와 ‘외국계 음식점 불허’ 여부를 두고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 무지개 빛깔의 한복들이 넘실대는 한옥마을 거리를 보다가 문득 떠오른 속담이다. 같은 값이면 품질이 좋은 물건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상품이든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생명이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더 늦기 전에 전주 한옥마을의 ‘미래 가치’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김준희 내셔널부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