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현, 준(準) 장애수준 난청 밝혀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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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이자 뮤지컬 연출자인 백재현(35)이 극심한 '난청'을 앓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백재현의 난청 정도는 장애 수준은 아니지만, 준 장애라 할만큼 심각하다. 지난달 18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이비인후과를 찾아 진단을 받고 최종 청력테스트를 마친 백재현의 귀는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몹시 불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난청 정도를 테스트 결과 백재현의 난청 수치는 오른쪽이 50, 왼쪽이 52. 였다. 0~100을 놓고 볼때 0에서 10 사이가 정상인이고, 100은 전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최악의 상태. 보통 한쪽귀가 80 이상이고 다른 한쪽의 귀가 40 이상의 수치를 나타내면 청각장애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병원측은 "백재현씨의 경우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볼 수 있다. 수술로 청력을 회복하기에는 불가능하다"며 "양쪽 귀의 난청 수치가 50 이상이면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백재현이 잘 듣지 못해 병원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5년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을 때에도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당시 병원측은 "80세 노환의 귀를 가졌다"며 "수술은 불가능하고 방법이 있다면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밖에 없다"고 했다.

백재현은 "5년전 내 청력이 80세 노환의 귀와 같고, 또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충격이 너무 커서 시름 시름 앓기도 했다"고 밝히며 "그때 이미 충격을 받아서인지, 지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재현의 귀는 5살때 동네 부근의 개천(왕십리 청개천 줄기)에 빠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귀에 과하게 물이 들어가 고름이 나오고 두통이 심해 약 20여일동안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았던 것.

하지만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귀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1993년 개그맨이 된 후 인기 개그맨으로 살면서도 '고난'은 계속됐다. 개그프로에 출연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때마다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얘기를 하다 보니 "집중을 왜 안하느냐"며 핀잔을 듣곤 했다. 특히 새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처음 만난 PD나 작가들이 "안아무인 자기 얘기만 한다. 좀 컸다고 너무 건방지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는 "귀가 잘 안들려서 그런다"는 고백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야 했다.

백재현은 "나랑 처음 만난 PD, 작가들은 그래서 내 인상을 안좋게 봤다. 말을 잘 못알아 들으니까, 질문은 무시한 채 다른 얘기를 하니까 항상 첫인상은 건방진 개그맨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백재현은 "프로그램에서 잘 안들려서 질문을 코믹하게 되묻곤 했는데, 시청자들은 개그하는 줄 알고 좋아했었다"며 "속으로는 참 슬픈일이었지만 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는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가슴 아팠건 기억은 SBS 라디오 '라디오 와와쇼'를 진행할 때였다. 생방송에서 청취자와 전화 연결을 하는 코너. 웬만한 방송사고에도 눈도 꿈쩍 않고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것으로 유명한 개그맨이었지만 식은 땀이 줄줄 흘렀다. 청취자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매번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었고, 그 '악몽'을 떨쳐버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보니 실수가 이어졌다. 결국 얼마 가지 않아 DJ를 그만뒀다.

백재현은 "5년전 처음 청력 테스트를 받았을 때에는 뭘 어떻게 하고 살아야 하나 좌절이 앞섰지만 지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행히 보청기에 대한 내 스스로의 시각이 좋아졌다"고 현재 심경을 밝혔다. 또 "다행히 외향적인 성격이라 그동안 잘 참고 지냈다"며 "현재 테스트용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는데, 눈 나쁜 사람이 안경을 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선입견을 스스로 걷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덧붙였다.

백재현과 함께 일하는 뮤지컬 '루나틱' 스태프들은 백재현을 '백토벤'이라 부른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2년동안 '루나틱' 공연을 지켜온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위해 지금 이시간에도 대학로 극장에서 동준서주하고 있는 백재현의 그 모습은 이겨내야 할 난관을 눈앞에 둔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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