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더러 '결승 불패' 계속된다… '무명 반란' 바그다티스 제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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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가 우승 트로피를 받고 감격에 겨워 울먹이고 있다. [멜버른 AP=연합뉴스]

'황제의 눈물'은 무슨 뜻이었을까.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2006호주오픈테니스(총상금 2919만 달러, 약 284억원) 남자 단식을 제패한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시상대 위에서 우승 트로피를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에게 트로피를 수여한 사람은 1962년과 69년 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호주오픈을 잇따라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호주의 테니스 영웅 로드 레이버(68)였다.

페더러는 29일 호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마르코스 바그다티스(54위.키프로스)와의 결승에서 3-1(5-7, 7-5, 6-0, 6-2)로 역전승했다.

200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대회 정상에 오르며 우승상금 90만5000달러(9억5000만원)를 받은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과 US오픈 우승에 3개 메이저 대회를 잇따라 석권했다. 3개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은 94년 피트 샘프라스(미국) 이후 12년 만이다.

또한 페더러는 메이저대회 결승에 일곱 번 올라 모두 우승, '결승 불패'의 신화도 이어갔다.

페더러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때마다 내 꿈이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더구나 레이버가 트로피를 주었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주최 측은 시상식에서 과거의 영웅 레이버와 현재의 최강 페더러를 대비시키면서 호주오픈 우승이 그랜드슬램을 향한 페더러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시드를 받지 못하고 출전해 16강전에서 앤디 로딕(3위.미국), 8강전에서 이반 류비치치(8위.크로아티아), 4강전에서 다비드 날반디안(4위.아르헨티나) 등 강호들을 연파하고 결승에 오른 바그다티스의 돌풍은 정상 문턱에서 소멸했다.

한편 2002년 발목 부상으로 은퇴한 뒤 3년 만에 현역에 복귀한 전 여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인도의 복식 전문 선수인 마헤시 부파티와 짝을 이뤄 출전한 혼합복식에서 6번 시드의 다니엘 네스터(캐나다)-엘레나 레코프체바(러시아)조를 2-0(6-3, 6-3)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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