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인 여성, IT 인력의 25%「性불균형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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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IT 분야 종사자(고용주와 교육자)들은 런던의 사보이 호텔에 모여 ‘IT 분야의 여성: 성공하기 위한 여성 고용 정책’이라는 주제의 컨퍼런스를 통해 IT 분야에서 시급한 여성 문제를 토론했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제도 그렇고 대부분의 참석자들도 좋은 의도를 품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가볍게 봐서는 안될 사안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문제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연사들은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정작 IT 분야 노동력의 1/4 정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통탄해 했다. 영국 IT 종사자의 상당수를 고용하고 있는 IBM과 오라클, 시스코와 델 등에서는 여성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 토론했다. 교역산업부 및 여성부 장관 패트리샤 휴윗은 주로 ‘직장과 가정 사이의 균형’에 초점을 맞춘 기조연설을 했다. 기조 연설을 통해 그녀는 주로 IT분야와 여성과의 관계에 대한 언급을 했지만 이같은 발언은 산업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했다.

필자는 이번 컨퍼런스 기간 동안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보았다. 과연 IT 산업은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IT 직종’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필자가 아는 기술 전문가들을 보면 취미가 직업이 된 경우가 많았다. 또는 우연히 그 사람이 가진 재능으로 인해 직업 갖게 된 경우도 있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오라클의 한 인사 담당자는 오라클에서 비 컴퓨터 공학자를 채용한 뒤 훈련시키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던 사례를 들었다. 오라클은 다시 컴퓨터 공학도를 고용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대학교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남녀 비율의 불균형으로 인해 남자들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에 대해 토로했다. 사실 이같은 사례를 듣고 필자는 이 연사들이 프로그래머같은 여성 기술자를 원한 것인지, 아니면 여성들이 천부적으로 갖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IT 산업에 제공할 수 있는 여성 관리자를 원한 것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근데 문제는 여성들이 대기업이든 아니면 비기술 회사 내의 IT 전문직이든 IT 산업 자체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몇몇의 연구조사 발표에 의하면, 여성들은 IT 회사에 응모하는 사람들 가운데 겨우 1/3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기술 전문 직종만 포함하는 경우에는 이 숫자가 더 줄어들 것이다. 만일 회사들이 여성을 차별하는 식의 광고를 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여성들을 채용한다면, 그 문제는 그 회사들의 문화의 문제다. 이와 마찬가지로 만약 기업(혹은 규모가 작은 회사들)내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제도화된 성차별의 문제이다. 물론 이 문제는 특별히 IT 분야에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컨퍼런스 도중 사람들의 주목을 가장 끌었던 것 중 하나는 영국의 남동부 지역에 위치한 학교에서 현재 시험 중인 것으로 소녀들을 위한 컴퓨터 클럽(Computer Clubs for Girls)에 대한 발표였다. 이 클럽을 이끌고 있는 여학생 가운데 한 학생(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은 이 클럽에서 자신이 그동안 느꼈던 ‘매우 자신감을 주는’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여학생이 IT 직종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여학생의 경력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교육기술부의 한 공무원은 IT 업계에서도 명확한 목표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이것 때문에 결국 정부는 학교에서 여학생들(물론 남학생도 포함)이 반드시 IT를 배워야하는 것인지, 그리고 IT 직종이 꾸준한 경제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확실히 지금이야말로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이 전 교과과정에 통합되어서 학생들이 ICT를 왜 배워야하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되고 또 실제로 좋은 역할 모델들도 많이 제시돼야(현재 성공적인 사절단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할 것이다.

그런데 업계 입장으로 보면 기존 직원의 유지 전략이 최대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고위 관리 한 사람 대체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5000파운드(미화 14만 달러)가 든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분명하다. IT 챔피언 그룹이 실시한 소규모 조사결과에 의하면 이 문제로 인해 남성에 비해 특히 여성 IT 인력들이 좀더 짧은 기간 안에 그리고 좀더 높은 비율로 숫자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인력 손실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출산과 육아가 손꼽히고 있기 때문에 많은 회사들은 여성들을 잡아두기 위한 방편으로 (진작에 그랬어야할 것이지만) 부모가 된 직원들을 고려한 작업 환경을 만들고 있다. 40~50대 여성들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연구조사가 필요하겠지만 단편적인 사례들을 보면 다수의 40~50대 여성들은 (아마도 대다수가 남성인 회사의 문화가 가져오는 긴장감이 싫어서), 자신만의 자영업을 하기 위해 직장을 떠나고 있었다.

이같이 다양한 문제들(필자 생각에는 단순히 여성의 숫자가 직장에서의 불균형 문제의 전부는 아닐 것으로 본다)을 해결하기 위해 IT 업계가 하고 있는 일들은 정말 칭찬할만하다. 강제로 여학생들이 IT에 흥미를 느끼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발판이 되도록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할 수는 있을 것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어떤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 여러가지 비정규적인 방법으로 기술 관련 직책이나 관리직에 들어가게 된다. 또한 사회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당신 회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분 회사의 사원 채용 전략 및 교육, 직장·생활 전략 등을 적합하게 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일단 그런 사람들이 채용되면 어쩌면 여러분의 회사 안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을 깨부숴야 할 것이다. 필자는 IT 컨퍼런스(혹은 이와 유사한 다른 컨퍼런스를 포함해서)에서 IT 분야의 여성들이 시작한 이번 이니셔티브로 인해 IT가 ‘남성 업계’라고 하는 인식이 시간이 감에 따라 변화되기를 바라며 또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들어와 성공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자료제공 : ZDNet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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