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껴안는 트럼프, 그 뒤엔 유대인 쿠슈너·밀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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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4일 “친이스라엘 성향을 보여온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 회담 결과가 향후 미국의 대 중동정책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방미 네타냐후 총리와 정상회담
트럼프 중동정책 밑그림 나올 듯
오바마 행정부 땐 양국 불협화음

쿠슈너 가문-네타냐후 오랜 친분
정책고문 밀러도 막후서 영향력

A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9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네타냐후와 만난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히는 등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말을 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서안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평화에 좋지 않다”는 발언 정도에 그쳤다. 그나마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했기에 나온 말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런 친이스라엘 기조의 배경에는 트럼프를 둘러싼 유대인 인맥이 있다는 것이 주요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들은 대개 보수적인 성향이며 일부는 극우 쪽에 포함된다. 가장 큰 파워를 갖고 있는 이는 맏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36)다. 아내 이방카를 결혼 전 유대교로 개종시켰을 정도로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데다, 쿠슈너 집안은 네타냐후와 수십 년째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가 향후 미국의 대중동정책에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도 그에게 “중동평화 중재를 맡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대립각을 세우는 이란을 견제하면서 이스라엘-아랍권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쿠슈너의 책임이 막중하다”며 “외교 분야의 경험이 없는 그가 이스라엘에 대해 갖고 있는 개인적, 종교적 유대감이 미국의 중동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론 다머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네타냐후는 트럼프와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서 쿠슈너가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 정책고문도 트럼프의 주요 유대계 참모다. 올해 32세에 불과하지만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술자”라 보도할 만큼 막후 실세다. “트럼프 정책 배후의 광신자”(NYT)란 평가를 받을 정도로 극우 성향을 지닌 밀러는 ‘반이민 행정명령’ 등 트럼프식 정책 추진에 앞장서왔다.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지명된 데이비드 프리드먼 역시 유대인이다. 파산 전문 변호사 출신으로 친이스라엘 극우주의자인 그는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루이스 아이젠버그 주이탈리아 대사 지명자 등도 트럼프의 최측근 유대인 인맥에 포함된다.

네타냐후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불편했던 대미 관계의 청산을 기대하고 있다. 전임 정부와 이란 핵문제 등을 둘러싸고 8년간 불협화음을 내와서다. NYT는 “미국과 이스라엘은 대이란 정책에선 강한 톤으로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면서도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다른 중동의 맹주들과 관련된 정책에서 어느 정도까지 공감의 폭을 넓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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