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 좌판서 재기 꿈 키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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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9일 화재로 잿더미가 된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가 상인들이 3월께 다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간다. 영업을 할 수 있는 대체상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일부 상인은 화재 현장 부근에서 좌판을 벌이고 설 대목 손님을 맞고 있지만 예전처럼 장사가 안 돼 울상을 짓고 있다.

◆ 재기 발판 마련=대구시와 상인들은 최근 2지구 상가 인근에 있는 쇼핑몰 베네시움과 서문시장 주차빌딩의 지하 1, 2층에서 영업을 하기로 합의했다. 9층짜리 건물인 베네시움에는 2평 기준 1000여 개 점포가, 주차빌딩에는 200여 점포가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시 관계자는 "임대료는 상인들의 어려움을 덜어 주기 위해 1평 기준 월 3만원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시는 베네시움과 주차빌딩에 칸막이와 환기.방화시설 등을 한 뒤 3월 초 문을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60억~80억원으로 추산되는 공사비는 시가 행정자치부에 교부세를 타내 충당할 방침이다. 불에 타 무너져 내린 2지구 상가의 재건축은 점포주들이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줄 잇는 온정=KT&G 대구본부는 최근 대구시에 1억원을 기탁했다. 경북 경산시의 대경대는 저금통 50개를 학교에 비치해 모금을 하는 '희망 돼지 저금통 사랑 잇기'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모은 돈을 예금한 뒤 통장과 새 돼지 저금통 50개를 사 다른 대학에 넘겨주는 릴레이 모금이다. 기업체와 지역 대학 등 각계의 참여로 26일 현재 404건에 6억8100만원이 모였다. 대구여성단체협의회는 생필품과 제수용품을 서문시장에서 사자는 '서문시장보기운동'에 나섰다.

◆ 설 대목 놓쳐 '발 동동'=26일 오전 불탄 2지구 상가 일대는 피해상인들이 제수용품.의류 등을 내놓고 좌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좌판을 펴도 손님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불탄 점포 앞쪽에 노점을 편 한경수(37)씨는 "빚을 내 귀걸이 등을 새로 들여놓았다"며 "부도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5만원짜리 귀걸이를 1만원에 판다"고 했다. 2지구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임시점포를 마련한 최길수(54)씨는 "양복.양장지 매상이 예년의 20%도 안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노점 등을 연 이들은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피해 상인 1200여 명 중 노점.점포를 얻어 다시 장사를 시작한 상인은 200~300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상인연합회 유상형(52) 회장은 "상인 대부분이 대체상가로 정해진 인근 베네시움 건물과 주차빌딩 지하 1, 2층에서 장사를 하기까지 실업자로 지내야 한다"면서 "상인들이 공동으로 차례를 지내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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