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새교회상 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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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성공회는 최근 교단의 모든 선교체제와 사목활동·신앙운동 방향 등의 일대 개혁을 단행,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교회상을 정립키로 했다. 서울교구장 김성수주교의 선교 97년에 즈음한 「특별 사목교서」·전국신부수련회 등을 통해 구체화된 개혁의 핵심내용은▲기층민중 (노동자·농민·도시빈민)을 위한 선교활동의 적극화▲신앙생활에 민족 고유문화를 접목시키는 교회 토착화의 강력한 추진▲개교회의 자주성 확립과 특수선교·개척교회 중점지원 등이다.
특별 사목교서를 통해 제시된 이같은 개혁지침은 50여명의 신부가 잠가한 지난달 말의 전국신부수련회에서 진지한 토의를 거쳐 수립됐다.
자립·자존·자주의 대원칙 아래 추진될 성공회의 교회쇄신은 우선 내년 중 광주교구를 신설, 호남지역의 선교를 강화하고 현재 3개 교구(서울·부산·대전)밖에 안돼 영국 캔터베리관구에 소속돼있는 한국성공회를 4개 교구이상이라야 가능한 「독립관구」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교구장이 공석중인대전교구도 오는 10월「로버트·런씨」, 캔터베리 대주교의 방한 때 윤환신부가 주교 서품을 받고 착좌, 새 교구장으로 교구를 정비하게 된다. 한국성공회의 현 교세는 1백20개 교회에 신부 70명, 신도 5만명.
사목교서는 교단의 전반적 문제점들을 반성, 『기존의 교회가 신앙의 본질을 상실하고 타성화된 모습으로 그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지 못한 채 분열과 무기력 속에 빠져있는 자신의 위상을 경종으로 삼아 끊임없는 시대와 문화의 변화를 추구하자』 고 역설했다.
선교체제 정비는 내년1월1일부터 교구청의 부도구 재정지원을 폐지하고 교구행정체제도 전도구「보조체제」로 전환, 모든 사목적 지도 및 선교활동을 각 교회의 판단과 선택에 맡기는 개교회중심주의를 확립한다는 것이다.
사목활동에서는 진보적인 「하느님선교」(Missio Dei) 신학을 기초로 한 정의구현과 현실참여 활동을 활발히 전개, 역사속에 현존하는 하느님의 모습을 증거해 보인다는 것이다.
토착화 추진은 민족과 지역문화 전통을 소중히 여겨온 성공회 본래의 「국가교회」전통을 새삼 되새겨 성가·미사의식 등에 국악과 전통의례를 접목키로 하고 우선 이번 대전교구 주교 착좌식미사를 전통 한복차림에 아악반주의 국악미사로 집전한다.
시대에 부응하는 신앙운동으로는 기층민중 선교를 교회 치리권안에 공식 수용, 지난해 9월 서울 상계동 철거민촌에 개척한「나눔의 집」과 같은 빈민선교의 양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세상의 어둠을 걷어내는 역할을 감당하고 새시대를 여는 「평화의 도구」가 되는 교회상을 정립해 나간다는 것이다. 「나눔의 집」 개척 우선 대상지역은 서울 삼양동과 시흥지역.
이밖에 여성 성직서품문제의 긍정적 검토와 근로자선교 프로그램개발, AIDS환자에 대한 사목적 배려, 법원·교도소·장애자·윤락여성·노인문제를 다룰 특수 사목을 적극 펴나가기로 했다.
성공회의 교회쇄신 운동에서 특히 주목을 모으는 대목은 이제까지 개교회 차원에서만 시도돼온 토착화운동을 최초로 거교단적 사목지침으로 확정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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