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루트 넓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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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루트를 다변화하라. 실종된 '아드보카트 타임'을 찾아라.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아드보카트 사단에게 주어진 두 가지 과제다.

포워드 조재진(왼쪽)과 공수의 징검다리 김남일(오른쪽) 등 대표선수들이 상대 수비진을 파괴하면서 골을 넣어야 하는 숙제를 풀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리야드=이영목 기자)

중동에서 전훈중인 아드보카트 사단은 지난 19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치러진 UAE와의 평가전서 충격적인 0-1 패배를 당한 데 이어 22일 리야드에서 벌어진 그리스와의 평가전서도 고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UAE전서는 숱한 찬스를 헛발질로 무산시켰고 그리스전에서는 이천수 프리킥-박주영 헤딩골이라는 세트 플레이 공식에 따라 가까스로 골망을 흔들었을 뿐이다.


벌써 전지훈련을 시작한 지 열흘. "찬스를 많이 만들었으니 긍정적이다" "휴식기인 1월달은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이 가장 안좋은 시기"라는 변명과 진단은 이제 족하다. '두 경기만 놓고 보면 본프레레 감독 때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마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란(2-0승), 스웨덴(2-2무), 세르비아몬테네그로(2-0승)전서 잇달아 승전고를 울리며 국민들에 희망을 안겨주었던 아드보카트호 초기의 모습이 이번 원정서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공격진을 따로 불러 혹독한 질책을 퍼붓는 등 아드보카트 감독도 적지않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스리톱을 구축하는 스트라이커에게는 창조적이고도 집중력 높은 플레이를 강조하고 있다. 미드필더와 수비진에는 끈질긴 압박과 공격적인 수비를 통해 득점 루트를 다변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앙 스트라이커를 겨냥한 규정화된 패턴 플레이가 아니라 전체적인 우세를 점하며 누구라도 찬스를 잡고 해결할 수 있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통한 득점이 아드보카트 감독의 요구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핀란드전 이전까지 치른 5경기에서 나온 득점은 7골. 이 중 세트플레이에서 터진 득점이 3골이다. 득점을 책임져야 할 포워드진이 움직이면서 골을 터뜨린 경우는 두 차례(스웨덴전 안정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전 이동국)뿐이다. 여기에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벽 사이를 뚫은 뒤 위험지역에서 터뜨린 골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2006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맞설 상대들은 우리의 약점을 간파, 그나마 터져 나오는 득점원을 틀어막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최전방 공격수들이 파괴력 있는 득점 능력을 갖춰야만 상대방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게 된다.

선제골에 대한 갈증도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이후 이란, 스웨덴, 세르비아몬테네그로를 상대로 경기 초반 선제골을 터트리며 '전반 초반 10분은 아드보카트 타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선제골을 빨리 넣는다면 실점만회를 위해 상대방이 밀고 올라올 수밖에 없고 이 때 상대의 허점을 뚫고 추가골을 올릴 수 있는 찬스도 자주 발생한다. 최근 아드보카트 타임이 실종된 것은 득점루트의 단순화와도 관련성이 있다. 이 역시 이동국 이천수 박주영은 물론 조재진 정조국 정경호 등 공격수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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