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진짜 아파해야 하는 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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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호 31면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로 한일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특히 양국 국민 마음에 깊이 뿌리박은 문제라는 점에서 심각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양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는 국민 감정과 안보·경제 등 실리적 협력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 나가느냐는 것이다. 부산 소녀상 설치를 문제 삼아 일본 정부는 지난달 6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등 네 가지 조치를 취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한일간 통화스와프 교섭 중단 및 부산 총영사관 직원의 부산시 관련 행사 참가 보류도 이들 조치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는 보복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외국인의 눈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이런 조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일본 외교 당국자들은 “부산 소녀상 설치는 넘어서는 안 될 선이었다”며 “이 문제에서 진전이 없는 한 대사를 복귀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경제라는 실리 문제와 연결시킨 것은 큰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일본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동안 일본 측이 한국에 꾸준히 요구해왔던 ‘국민 감정과 실리를 분리하라’는 주장을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양국 모두 똑같이 낮은 수준라고 비판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아직은 공론화되지는 않지만.

현재 대권 주자로서 지지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 지사는 “한일 관계에 있어서 위안부 문제 등 인권 문제는 시민 사회에서 계속 논의하되, 안보 협력은 유지하는 전략적 투트랙 외교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나는 지난달 11일 외신기자 클럽에서 안 지사가 이렇게 제안하는 것을 듣고 “박근혜 정부도 투트랙 외교를 내세우고 실천해 왔지만 결국 여론 벽에 부딛치면서 실행이 어려워진게 현실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나중에 잘 생각해보면 그때 안 지사가 “일본도 국민 감정을 내세운 외교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반박했다면 나는 말문이 막혔을 것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문 전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대일 강경 자세가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일본에서는 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이 더 우려해야 할 부분은 안 지사 같은 실리 외교가 한국 국민에게 폭넓은 지지를 얻고, 그 결과 국제 사회에서 일본은 너무 감정만 앞세운다고 비판을 받게 되는 사태인지도 모른다.

오누키 도모코
일본 마이니치 신문 서울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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