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정치투쟁 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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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관계당국은 재야정치권침투간첩사건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야당정치인 및 재야세력의 핵심인물들과 밀착하여 반정부 민주화운동을 표방한 반정부 국민 연합기구를 결성, 상층부·통일전선을 구축하고 ▲통일전선 기구 내에 노동자· 농민·근로대중이 반정부 민주화운동을 총괄하면서 사회주의 혁명을 향도하는 민족민주전선(NDF)을 구성하며 ▲반정부 민주화운동권을 활동기반으로 제1야당에 침투하여 현정부 타도를 위한 합법적 정치투쟁을 강력히 추진하라는 지령을 받고 국내에 잠입해 암약해왔다고 밝히고 재야단체를 비롯, 국민 각계각층이 경각심을 갖도록 당부했다.
실제로 간첩 장은 「6·29」전 격렬한 시위가 계속될 때 국민운동본부와 민추협·정사연 등 재야단체의 핵심인물 20여명과 접촉, 국내정세와 반정부 체제 유인물을 수집, 조총련을 통해 북괴에 보고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는 것.
수사당국은 간첩 장이 접촉한 재야인사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이들도 간첩 장이 적극적으로 재야단체에 개입하려 했으며 장이 조총련 대남 공작원임을 모르고 접촉해왔음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이 분석한 이사건의 특징는 첫째 북괴는 일부 민주화에 편승한 무분별한 좌경동조발언 등에 따른 대공경계심이완 및 민헌련결성 등의 국면을 소위 통일전선구축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 다가올 선가철 등을 사회혼란기로 조성하여 체제전복 등을 획책하기 위해 거액의 공작금을 집중투입하면서 정당정치인을 비롯한 사회 각계각층에 대한 침투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거된 간첩 장의 경우 「정사연」·「민헌운」등의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당 정치인·재야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해왔으며 일본에서 받은 공작금 1천달러, 60만엔 이외에 입국해서도 일본인수녀 등을 통해 5차례에 3백80만엔의 공작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둘째는 해외진출한 반체제운동 출신인사들이 북괴공작조직과 연계되어 국내 저항세력을 이용해 간첩활동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것.
셋째, 북괴의 사주를 받은 조총련는 국내 정치상황 및 운동권동향을 심층파악하고 간첩들에게 국내정세에 맞는 구체적 활동지령을 주어 조종하는 등 공작전술이 변화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공작전술의 구체적인 변화는 종래에는 북괴가 공작원을 자체적으로 양성해 남파하거나 외국거주내국인을 포섭, 북괴에서 밀봉교육후 남파시키는 수법후 사용해왔으나 이제는 일본의 조총련·한민통 등 거점을 통해 국내운동권학생 등을 포섭, 침투시킴으로써 검거되더라도 북괴가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국내의 민주화운동으로 꾸미는 전술로바뀌고 있다는게 가장 큰 주목거리.
또 간첩 교양교육도 북괴에서 직접 보낸 핵심공작지도원이나 재일 조선인교수 등을 동원, 고도의 전문교육을 실시한다는 것도 변화된 전술로 손꼽힌다.
이밖에 일본수녀 등 국내 출입이나 활동이 자유로운 외국인을 연락책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양상이다.
특히 국내 운동권세력으로 비호받을 수 있는 반체제 운동권출신 등 합법신분보유자(양관수)를 조직원으로 포섭, 표면에 내세워 제도정치권에 합법침투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경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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