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상추 … 그 유구한 전통, 이유가 있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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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외식이나 직장 회식의 인기 메뉴인 삼겹살은 상추에 꼭 싸먹어야 할까?

삼겹살 먹을 때 발암물질 '벤조피렌' 자연 발생
상추·양파·샐러리, 벤조피렌 발암 억제 효과 커
체내 독성 저감 효과는 샐러리·미나리·양파 순
삼겹살 먹고 후식은 홍차·수정과·딸기가 좋아

삼겹살은 야채와 함께 먹는 게 좋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상추가 실제 삼겹살을 먹을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발암성을 억제해주는 효과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이 동국대 성정석 교수에게 의뢰해 실시한 2016년 벤조피렌 저감화 사업에서 확인한 결과다. 양파와 샐러리도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벤조피렌은 삼겹살이나 소고기, 소시지 등을 조리하거나 섭취할 때 영양소가 분해되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발암물질(1군)이다. 벤조피렌을 넣은 인간의 간암 세포에 삼겹살과 주로 함께 섭취하는 상추, 깻잎, 마늘 등 채소류 13종을 비롯해 과일ㆍ차 7종, 식품에서 유래한 성분 27종을 주입한 결과 일부 식품과 성분이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줄이고, 항암 효과까지 보였다.

이 가운데 벤조피렌의 발암 억제 효과는 상추가 60%로 가장 컸다. 홍차가 45%로 그 뒤를 이었고 양파(40%), 샐러리(20%) 순으로 발암 억제 효과를 보였다.

이들 식품은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도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조피렌 체내 독성 저감율이 15% 이상(세포 생존율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준)인 식품은 총 7종으로, 후식으로 먹는 식품의 저감율이 더 컸다. 독성 저감율이 가장 큰 식품은 계파(21.68%)였고, 홍차(20.85%)와 딸기(18.76%)도 높았다. 또 샐러리(20.88%)에 이어 미나리(18.73%), 양파(18.12%), 상추(15.31%) 등이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줄이는데 효과를 보였다.

식품에서 유래한 성분들도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다. 양파에서 나온 퀘세틴(36.23%)의 독성 저감 효과가 가장 컸고, 이밖에 15% 이상의 독성 저감율을 보인 성분은 엉겅퀴의 실리마린(29.59%), 강황의 커큐민(28.35%), 마늘의 미리세틴(23.97%), 타마리세틴(22.98%, 쑥), 유제놀(18.61%, 계피), 캠퍼롤(17.48%, 상추), 아스코르빈산(16.26%, 사과 등)이었다. 발암성 억제 효과는 마늘에서 나온 미리세틴(65%)이 가장 컸고, 아스코르빈산(50%, 사과 등), 캠퍼롤(45%, 상추) 순으로 효과를 나타냈다.

안전평가원은 "생선이나 육류 등을 구워먹거나 식육가공품, 훈제건조어육 등을 먹을 때는 상추나 마늘, 양파, 샐러리 등 채소와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며 "후식으로는 홍차나 수정과를 마시거나 딸기 등 과일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3년간 우리 국민이 주로 먹는 식품 총 1226개에 대한 위해평가에서 인체에 노출된 벤조피렌은 모든 연령에서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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