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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 이상화’ 무섭게 쫓는 두 여인 … 10일 강릉서 한·중·일 빙속 삼국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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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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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쫓긴다. 어쩌면 추월당해 뒤쫓는 입장일지 모른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대는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와 중국의 위징(32)이다. 둘 다 이상화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이번(2016~17) 시즌 상승세가 가파르다.

‘평창 리허설’ 세계선수권 500m 결전
이상화 “가장 큰 경쟁자는 나 자신”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연패. 이상화는 빙속 여자 단거리의 일인자로 군림했다. 그런데 소치 올림픽 이후 하향세다. 다리가 좋지 않아서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다 최근 오른쪽 종아리 근육 통증까지 그를 괴롭힌다. 통증이 시작된 건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 때다. 검진 결과 근육 미세손상이었다. 월드컵 2~4차 대회 때문에 한 달간 치료를 미뤘다. 상태가 악화됐다. 결국 남은 월드컵 일정을 포기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이상화의 메달 색도 달라졌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뿐이다.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2009~10시즌 이후 7년 만이다. 이상화의 여자 500m 시즌 기록은 37초93. 자신이 보유한 세계기록(36초36)에 한참 못 미친다.

누군가의 위기가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다. 이상화가 쓰러진 사이 고다이라와 위징이 쾌속질주했다.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나갔던 월드컵 대회(1·2·4·5차)마다 여자 500m 금메달을 휩쓸었다. 시즌 기록은 37초43. 고다이라는 대기만성형 선수다. 밴쿠버 올림픽에선 12위, 소치에선 5위였다. 2014년부터 네덜란드로 건너가 훈련했는데 이게 주효했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지난달 28일 “고다이라가 평창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이다. 기록을 더 단축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도했다.

위징은 이상화의 오랜 라이벌이다. 소치 올림픽 여자 500m에서 이상화와 금메달 경쟁이 유력했다. 그런데 허리 부상을 당했다. 위징이 빠진 사이 이상화는 어렵지 않게 금메달을 땄다. 이상화보다 4살이나 많지만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벼르고 있다. 이번 시즌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 시즌 기록도 37초64로 이상화에 앞선다. 중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을 지도했던 윤의중 대한빙상경기연맹 경기이사는 “위징은 스타트가 빠르고 폼이 깔끔하다. 나이 때문에 체력부담이 있지만 많은 훈련으로 극복한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오는 9~12일 ‘빙속여제’ 자리를 놓고 ‘빙판 위의 삼국지’ 대결을 펼친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열리는 종목별 세계선수권에서다. 여자 500m 경기는 10일 오후 5시30분에 열린다. 이번 대회가 평창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두고 열리는 테스트이벤트라 선수들 마음가짐도 예사롭지 않다. 이상화는 “시즌 중이라 꾸준히 치료 받지는 못했지만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경쟁자가 많아도 가장 큰 경쟁자는 나 자신이다. 부담을 버리고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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