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운동, 여중생에 초점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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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제 금연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여중생이 등장할 수도 있게 됐다. 세계적으로 많은 지역에서 10대 여성들이 같은 또래의 남성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담배를 피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제12차 세계담배회의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1백50개국 중 절반 이상의 지역에서 13~15세 소녀들의 흡연율이 같은 또래 소년들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미주와 유럽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에서는 소녀 흡연율이 17.8%로 소년의 17.7%보다 높았다. 칠레에서는 소년이 35%인 데 비해 소녀들은 42% 이상이 흡연자였다. 미주 전체로는 소녀들의 흡연율은 12.2%였고 소년들은 16.6%였다.

유럽의 경우 담배를 정기적으로 피우는 소녀들의 비율은 29%로 소년들(33.9%)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지 지중해 동부지역만이 여전히 소년들의 흡연율이 월등하게 높았다.

전체적으로는 조사대상 소녀들의 평균 흡연율이 6.6%로 소년들(15%)에 비해 여전히 낮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별 차이가 훨씬 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WHO의 금연정책 프로젝트 매니저인 베라 다 코스타 에 실바 박사는 "이 같은 추세라면 2020년까지는 한해에 1천만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할 것이라는 우리의 예측에 대해 의심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이 같은 소녀들의 흡연 증가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점점 더 많은 소녀들이 담뱃불을 붙이게 된 데는 여성의 흡연을 멋있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담배 회사들의 공격적인 판촉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다국적 기업인 담배 회사들이 개발도상국가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여성과 소녀들을 미개척 시장으로 간주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가 10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금연 캠페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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