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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같은 문재인·안희정 … 인재영입·사드, 건건이 다른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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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노량진동 한 공무원시험학원을 방문해 수험생들을 격려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6일 오후 서울 노량진동 한 공무원시험학원을 방문해 수험생들을 격려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장진영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서울 노량진 ‘공시생’(공무원 시험준비생)을 만났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이날 충남도청에서 ‘알바생’(아르바이트생)과 대화했다.

친노의 적자, 1·2위 주자 확장성 경쟁
문재인, 전직 장관·장군 영입하자
안희정, 이세돌 후원회장으로 맞불

정권심판론 강하면 문 대세론 탄력
안 ‘야권 누구든 집권’ 여론 땐 기회

‘친노’의 적자(嫡子)로 꼽히는 두 사람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동시에 20대 공략 행보를 했지만 메시지는 달랐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생들에게 “공무원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게 일자리 해결의 출발점”이라며 재정을 투입한 공공 부문 일자리 확대 공약을 강조했다.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해선 “로스쿨을 만든 참여정부(노무현 정부) 사람으로서 이제와 국가 정책을 뒤집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안 지사는 “도전하는 기업인이 있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 정부가 세금과 재정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건 임시방편”이라며 문 전 대표와는 다른 처방을 제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운데)가 6일 겨울방학 기간 도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청]

안희정 충남지사(가운데)가 6일 겨울방학 기간 도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 충남도청]

◆나란히 확장 꾀하지만 방향은 달라=두 사람 모두 ‘확장’을 내세우지만 방향은 완전히 다르다. 문 전 대표는 비주류 결집에 무게를 싣고 있다. 불출마 선언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1차 대상이다. 그는 최근 청년 일자리센터(3일), 서울의료원(5일) 등 박 시장이 만든 사업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서울의료원에선 “안심 병동은 박 시장님의 업적이다. 내가 박 시장님과 친하다”고 했다. 약점으로 꼽히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한 인선도 잇따라 발표했다. 목포 출신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송영길 의원을 각각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보수 성향의 미국통인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끌어당겼다.

안 지사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았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연정 파트너로 인정한 ‘대연정’ 제안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는 대연정에 반대하고 있다. 안 지사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서도 “정부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 전 대표는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입장 외에 뚜렷한 방향은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 등 4대 재벌 개혁을 콕 찍어 말한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안 지사는 “특정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개혁은 실효성이 없다. (정부가)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이 재벌 개혁”이라고 반박했다.

‘큰 정부론’을 내세워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문 전 대표의 공약에도 안 지사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8일엔 보수단체를 상대로 한 안보 강연도 예정돼 있다. 안 지사 측 권오중 정무특보는 “지금의 스탠스가 경선에서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소신대로 간다. 표를 얻기 위해 눈치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 지사는 이날 충남도청에서 아르바이트생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연정을) 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와 의회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 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인재 영입 방식도 다르다. 각 분야에서 원로들,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문 전 대표와 달리 안 지사는 ‘국민 후원회장’으로 이세돌 9단을 영입했다.

◆40% 전략과 20% 전략=둘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선두를 다투는 사이다. 아직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은 흔들림이 없다. 6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1.2%로 13%에 그친 안 지사를 여유 있게 앞섰다. 그러나 안 지사는 설을 기점으로 지지율을 급속히 끌어올리며 변수를 만들었다.

문 전 대표는 1차 경선에서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대세론에 균열을 줄 수 있는 안 지사의 지지율 기준을 20% 내외로 본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0% 지지율이 무너지며 사퇴한 것처럼 결국은 20% 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전 대표도 당 지지율인 40% 선을 깨지 못하면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정권심판론이 강한 상황에선 대세론에 균열이 갈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반 전 총장의 사퇴 이후 야권에서 누가 출마해도 이길 수 있다는 여론조사는 문 전 대표에게 약점이고 야권의 집권 전망이 더 강해질 경우 연정론을 밝힌 안 지사의 소신이 높이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글=강태화·채윤경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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