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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탄핵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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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UCSD) 석좌교수

온라인 도박 시장은 벌써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의 4년 임기 중 1년도 채우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내기를 걸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한 탄핵 위험의 가능성에 직면해 가는 것일까.

탄핵은 ‘법과 정치’에 달렸다
공화당의 어젠다로 판단하면
트럼프는 탄핵 안 될 가능성 커
2018년 중간선거가 그를 심판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탄핵을 결정하는 것은 법과 정치다. 미합중국 헌법에 따르면 탄핵 사유는 “반역, 뇌물수수, 혹은 여타 다른 중범죄와 비행”이다. 1965년 제 25차 헌법 수정에 따르면 대통령이 “그 직무상 권한과 의무의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도 대통령직에서 면직될 가능성이 열린다. 주로 신체적인 장애를 염두에 둔 헌법 수정이지만, 일부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의 여타 기능 장애 또한 면직 사유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법뿐 아니라 정치도 중요하다. 미 하원 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탄핵 발의 요건이 성립된다. 또 상원에서 탄핵이 가결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공화당이 하원·상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공화당 내부에 분열·이탈이 있어야 탄핵이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몇 가지 이유로 그 가능성이 낮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행위가 “반역, 뇌물수수, 혹은 여타 다른 중범죄와 비행”에 해당돼 공화당·민주당 양당이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게 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례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탄핵은 상당히 심각한 근거를 필요로 한다. 한국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한 이유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권한을 이양해 뇌물수수와 부패를 용이하게 만들었다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경우 우선, 트럼프의 선거 캠프나 트럼프 자신이 러시아와 적극적으로 공모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해킹이 이뤄졌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전혀 감추지 않는다. 반역죄 수준의 범죄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전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못해 러시아의 해킹 시도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난처한 문제지만 움직일 수 없는 명백한 증거가 발견될 가능성은 낮다.

이해의 상충(Conflicts of interest)이나 심지어 부패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힐 가능성이 큰 또 다른 영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위임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변호사들과 공화·민주 양당 의원들이 문제의 처리가 조잡하다고 믿고 있다. 트럼프 일가와 트럼프가 신뢰하는 측근들이 트럼프의 재산을 그의 명령에 따라 관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의 상충 가능성과 실제 국익 손상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트럼프의 적들은 소송을 포함해 여러 수단으로 트럼프를 공격하겠지만 결정적인 과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탄핵은 어렵다.

트럼프 탄핵 시나리오는 공화당이 공화당 대통령과 상원·하원 장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간과한다. 트럼프의 여러 결함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은 이를 눈감아주고 추구해야 할 목표가 있다. 규제 완화, 세제 개혁, 오바마케어의 폐지, 이민에 대한 통제 강화 같은 것들이다. 트럼프가 선거 공약을 이행할 수 있다면 트럼프에 대한 국민·유권자의 지지는 유지를 넘어 강화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능력 부족’을 이유로 추락할 수 있다. 많은 이가 트럼프의 어젠다 자체가 아니라 그의 능력 부족에 대해 우려한다. 트럼프는 현 상태를 효과적으로 반대했지만 대안 제시가 명료하지 않다. 그는 최근 행정명령으로 7개 이슬람 국가 사람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했다. 애초에 잘 계획되지 않은 이번 조치는 심각한 무질서를 낳았다. 위헌으로 판명 날 수 있는 이번 금지 조치를 각 주의 법원이 저지시켰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구상이나 2000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 자격을 상실하게 만드는 오바마케어 철폐 문제는 보다 정밀한 검토를 거치게 될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40%다. 미국 헌정사에서 역대 최저지만 이 40%는 철벽이다. 박 대통령의 경우에서처럼 이 철통 같은 40%가 붕괴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 국회의원들을 움직인 대규모 시위가 미국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대선 이후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지지가 폭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전국적인 시위도 준비 중이다.

한국인들은 탄핵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다. 미국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트럼프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히 공화당이 절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중간평가를 받게 된다. 특히 미국의 외교정책에 트럼프가 복원 불가능한 손상을 입히지는 않았는지가 평가 기준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스테판 해거드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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