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느낀다…실리콘으로 만든 로봇 피부 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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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한 촉각 센서와 연결돼 저항에 반응하는 로봇 손

제작한 촉각 센서와 연결돼 저항에 반응하는 로봇 손

국내 연구진이 '로봇 피부'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김정·박인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공동연구팀은 2일 “실리콘과 탄소 소재를 활용해 로봇의 피부 역할을 할 수 있는 촉각 센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로봇 기술의 발달로 인체의 감각기관처럼 로봇이 감각을 인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오감(五感) 중 로봇의 시각·청각 기술은 상당 부분 인간의 감각처럼 느낄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 하지만 로봇 촉각 인지 능력은 아직 인간의 피부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진다.

인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피부는 장기를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고 촉각 정보를 신경계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이 감각을 인지하는 기관 역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신축성과 ▶충격 흡수성이 높은 피부 센서 기술 개발이 필수다. 더불어 전기 배선을 통해 몸 전체에 분포한 다수의 센서를 연결하는 기술도 진보해야 한다.

카이스트 공동연구팀은 일단 실리콘과 탄소나노튜브(CNT)를 혼합해 복합재를 개발했다. 로봇의 피부처럼 재료를 입힐 수 있도록 3차원 곡면 형태롤 제작한 복합재다.

충격을 줘도 회복이 빠른 촉각 센서

충격을 줘도 회복이 빠른 촉각 센서

다음엔 이를 전기임피던스영상법(EIT)라는 의료 영상 기법과 융합했다. 이렇게 제작된 복합재의 표면에 전극을 설치해 일정량의 전류를 흘려주고, 그로부터 형성되는 전위차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극이 없는 복합재 내부의 저항 분포를 계산할 수 있다. 저항 분포를 잘 계산하면 마치 인간의 촉각처럼 센서로 이용할 수 있다.

‘피부’ 역할에 필요한 충격 흡수성도 좋았다. 연구진이 개발된 로봇 피부는 망치로 내려치는 정도의 강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고, 센서 일부가 파손됐을 때도 손쉽게 복원할 수 있었다. 센서 일부가 파손돼도 파손 부위에 복합재를 채운 뒤 경화하면 재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등장했던 다양한 촉각 센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전기 배선이다. 전류가 흐르는 전선이 워낙 많이 필요해 이를 정리하는 게 골칫덩이였다. 하지만 카이스트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은 복잡한 전기 배선이 필요 없다. 넓은 영역에 가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힘을 전기 배선 없이도 구분할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센서는 향후 컴퓨터 인터페이스나 로봇 외피로 응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1월 2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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