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천하’ 반기문, ‘말 말 말’로 본 지지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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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왔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을 찾아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날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그의 20일간의 대선 후보 생활이 마무리 됐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술렁였다가 사그라진 고건 현상이 다시 재현됐을 뿐이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에 몸을 불사르겠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정치교체”를 주장하며 대권행보를 이어갔지만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지지율은 내리막길을 탔다.

반 전 총장을 둘러싼 행보 논란은 귀국 현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12일 인천공항 입국 당시 의전을 요구했다는 주장부터 시작해, 지하철 승차권을 끊는데 만원권 지폐 2장을 함께 넣으려 하는 사진이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당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20.3%(리얼미터)로 1위인 문재인 전 대표에 7.6% 격차를 보였다.

“퇴주잔 논란…집안 관례대로 제례를 올린 것”

지난달 17일에는 충북 음성 꽃동네 방문 과정에서는 누워있는 환자에게 죽을 먹이며 본인이 턱받이를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4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할머니에게 죽을 떠먹이고 있다. [뉴시스]

이후 본인 선영 묘소에 성묘를 간 자리에서 제례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논란을 겪기도 했다. 꽃동네를 방문한 당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선친의 묘에 성묘를 하러 간 반 전 총장이 퇴주잔에 술을 받은 뒤 음복하는 장면이 담긴 짧은 영상이 공개되면서다. 통상적으로 묘소를 방문하면 술을 따라 올린 뒤 술을 묘소 인근에 뿌려 퇴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풍습이지만 반 전 총장은 절을 한 뒤 퇴주잔의 술을 본인이 마신 데 대한 비판이 일었다.

“나쁜 놈들”
이어 지난달 18일 대구를 방문해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섞인 반응과 “나쁜 놈들”발언으로 언론관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달 23일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은 19.8%로 1위 문 전 대표와 격차는 9.8%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정권 교체’를 앞세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치교체냐, 정권교체냐’를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박연차 회장을 비판한 내용의 일기장까지 공개하며 적극 대응하기도 했다.
지난 21일에는 미국 정부가 동생 반기상(69)씨의 체포를 요청했다는 보도되는 등 외부 악재도 이어졌다.

다급해진 반 전 총장은 설 명절 일주일 전쯤부터 정치권과 만남을 이어가며 친박, 친문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는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구성을 타진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았다.

“촛불민심은 초기보다 변질됐다”
지난달 31일엔 ‘촛불 발언’이 논란이 됐다. 반기문 전 총장은 대권 행보와 관련해 서울 마포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반문재인 개헌연대가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청산의 해법이냐”는 질문에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26일 설 전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19.8%로 1위 문재인 전 대표와 17.4%의 격차를 보였다.

20.3%(1월 12일)→22.2%(1월 16일)→21.8%(1월 19일)→19.8%(1월 23일)→15.4%(1월 26일)

귀국 후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까지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은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는 귀국 전까지만 해도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섰었다. 하지만, 대권행보에 나선 이후 문 전 대표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고 최근 2주간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직전 지지율이 10%대 초반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여권 또는 범보수진영에선 그 자리를 누가 채울지가 관심사다. 보수진영의 한 의원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보수 1위 후보로 올라설 지, 중도층을 뺏긴 상태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제 3의 후보로 부상할 지 아무도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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