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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J카페]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트럼프가 일찍 태어났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기업

중앙일보

입력

30일(현지시간) 구글 본사에서 순다 피차이(마이크 앞) 구글 CEO와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창업자가 대중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William Rucklidge)

30일(현지시간) 구글 본사에서 순다 피차이(마이크 앞) 구글 CEO와 세르게이 브린(오른쪽) 창업자가 대중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William Rucklidge)

도널드 트럼프가 조금 더 일찍 미국 대통령이 됐다면?

현재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미국에서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 시가총액 상위 5대 기업(애플·구글·MS·버크셔해서웨이·아마존) 중 이민자 1·2세대가 설립한 기업(애플·구글·아마존)은 절반을 넘어선다.

27일(현지시간) 트럼프는 행정명령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7개국 국민의 비자 발급·미국 난민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 한시적이지만 사실상 이민자를 배척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은 이민자 없이는 존재했을 수도, 지금처럼 번성하지도, 혁신하지도 못했다”고 말하며 이번 조치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시리아 이민자 출신 생부를 둔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 전 CEO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고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의 친아버지는 시리아 이민자 압둘파타 존 잔달리다. 잔달리는 시리아의 부호 가문에서 태어나 최고 교육을 받고 자랐다. 미국 위스콘신대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유학했고, 이때 잡스의 생모 조앤 시블을 만났다. 시블 역시 사업으로 성공한 집안 출신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매우 엄격해서, 딸이 시리아 출신의 이슬람교도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고 인연을 끊겠다며 둘의 교제를 극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고 아버지를 설득할 수 없었던 시블은 잡스를 입양 보낸다.

잡스는 친아버지가 이민자 출신이였지만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양아버지가 이민자 출신이였다. 베조스는 쿠바 출신의 이민자인 양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양아버지는 15살 때 쿠바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뉴멕시코 주의 앨버커키 주립대를 졸업한 뒤 정유회사 엑손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성장과정에서 엔지니어였던 양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베조스는 기계 쪽을 더 깊게 파고들 수 있었다. 베조스 CEO는 30일(현지시간) “미국은 다양한 배경과 생각, 시각이 240년간 만들어낸 이민자의 나라다. 우리보다 더 이민자의 에너지와 재능을 잘 활용하는 나라는 없다”라며 이민자·난민 입국 심사를 강화하도록 한 행정명령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반대한다고 밝혔다.

구글 공동설립자인 세르게이 브린도 이민자다. 브린은 29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열린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석해 “나 역시 이민자이자 난민으로 미국에 왔다”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했다. 브린이 여섯 살 때 그의 부모는 반유대주의를 피해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메릴랜드 주에 난민으로 정착했다.

구글 창업자, CEO, 임직원뿐만 아니라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구글 본사에 몰리며 샌프란시스코의 구글 본사는 반트럼프 시위에 앞장서는 성지가 됐다. [사진=William Hester]

구글 창업자, CEO, 임직원뿐만 아니라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구글 본사에 몰리며 샌프란시스코의 구글 본사는 반트럼프 시위에 앞장서는 성지가 됐다. [사진=William Hester]

임채연 기자  im.chaeyeo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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