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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북핵전략 없어 한국이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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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안보팀은 대북강경파,
한미동맹 중요성 인정하지만 방위비 증액 압박 예상

트럼프의 외교안보팀 대부분은 중동, 대테러전 및 군사 전문가들이고 중국 및 아시아 문제에 대한 경험은 거의 없는 인사들이다. 북한에 대해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체제의 성격, 북핵 및 미사일문제 등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북핵문제의 심각성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오바마 정부보다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안보참모 대부분이 북한을 ‘악의 축’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전작권의 조기 전환, 사드 배치 철회 등 돌발적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수 있으며,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정부 초기에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지만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지 않고 핵보유를 고수할 경우 제재와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트럼프가 대선과정에서 중국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언급한 만큼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인수위원회 선임고문을 맡았던 에드윈 퓰너 전 헤리티지재단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압박을 가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확인했다.

중국을 통한 북핵 해결은 쉽지 않을 듯

그러나 북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미국도 일정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법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미국이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중국’을 비롯해 인권문제, 남중국해 문제, 무역불공정 문제, 환율조작 문제, 지적재산권문제, 사드문제 등이 있지만, 여기서 어떤 카드를 사용해야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이고 완전한 해결에 중국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미국이 북핵과 미사일문제 해결을 위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중국에 양보하지는 않을 것은 분명하고, 사드문제에 미국이 양보한다고 해서 중국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완전한 해결에 발벗고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폼페오가 트럼프 행정부 초대 CIA 국장에 취임했다. [사진 미국 CIA 홈페이지]

폼페오가 트럼프 행정부 초대 CIA 국장에 취임했다. [사진 미국 CIA 홈페이지]

트럼프 안보팀 인사들은 의회 청문회에서 중국과 북한 이슈에 대해 강도 높은 압박정책을 시사했으며,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북핵은 심각한 위협이며, 한반도는 ‘매우 위험한(volatile) 상황’이므로 어떤 옵션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등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도 살려놨다. 폼페오 CIA 국장 지명자도 북한을 중국, 러시아, 테러집단과 함께 미국의 4대 당면위협 중의 하나라고 하면서 미국이 결정적 우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도 대북제재와 관련하여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같이 볼 때, 트럼프 안보팀은 오바마 정부보다 더 강경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다른 한편, 트럼프의 안보팀은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동맹들이 그들의 방위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함으로써 동맹에 대한 방위비분담 압력이 높아질 것도 예상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트럼프 안보팀과 정책공조 구축 시급
강력한 한미동맹이 국익 극대화에 최선의 방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과정에서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트럼프의 핵심 안보참모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록 트럼프의 안보팀이 북한에 대한 적개심으로 가득차 있는 강경파라고 하더라도 아직 북핵과 미사일문제 해결을 위한 심각한 전략적 고려는 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및 정치·경제인들은 적극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안보팀과 정책주도 그룹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정책공조를 구축해야 한다.

대선과정에서 트럼프는 국가관계에서 공정성을 강조해 왔으므로 한국에 대한 방위비증액과 무역불균형 해소에 대해 우리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국제질서 및 평화유지에 더 많은 기여를 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이 흔들릴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우리의 안보는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고조된 트럼프 시대에 공고한 한미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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