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6시간 이하 수면, 욕구불만인 경우 배고픔 많이 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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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해에는 정말 살을 좀 빼고 싶습니다. 그런데 식욕이 문제예요. 시도 때도 없이 배가 고픈가 하면 밥을 한 공기 다 먹고 난 뒤에도 케이크나 과자가 당기는 경우도 많아요. 식욕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식품영양학박사 배지영 기자의
푸드&메드

A.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밥을 먹고 소화가 되기 전에 배고픔을 느끼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소화가 되는 시간은 약 4시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먹었느냐에 따라 시간이 조금씩 다릅니다. 밀가루 음식은 소화가 빨리 돼 배고픔을 빨리 느끼고, 고기류와 식이섬유가 많이 든 음식은 소화가 조금 더딜 수 있습니다. GI지수가 높은 음식(흰쌀밥, 케이크 등)을 먹는 것보다 현미밥·통밀빵 등 GI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으면 포만감이 약간 더 오래갑니다.

하지만 이런 것과 관계없이 배가 고픈 걸로 착각하게 만드는 요인도 있습니다. 이런 요인을 잘 알아두면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스트레스가 대표적입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코르티솔 호르몬 수치가 높아집니다. 코르티솔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힘을 약화시킵니다. 그만 먹으라는 신호가 약하기 때문에 금세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수면 시간이 모자라도 렙틴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미 펜실베니아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6시간 이하로 잠을 잘 때 대조군에 비해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은 줄고, 식욕을 촉진하는 그렐린 호르몬이 상대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뇌에서 식욕을 관장하는 편도체도 항진돼 칼로리가 높고 자극적인 음식이 주로 당긴다고 합니다.

욕구불만인 사람도 음식을 계속 찾게 됩니다. 따돌림을 받거나 배우자에게 사랑 받지 못하거나, 회사에서 노력하는 만큼 인정을 못 받는 경우가 해당됩니다. 이럴 때 포만중추가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데, 포만중추의 CART단백질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NPY라는 단백질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쪽의 활성도가 약해지면 다른 중추의 작용이 커지게 됩니다.

장내 세균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과자나 음료 등 단순당을 많이 먹는 사람은 장내 유해균의 비율이 높습니다. 유해균은 단순당을 먹이로 세력을 넓히기 때문입니다. 유해균은 그렐린 같은 식욕호르몬을 활성화시킵니다.

가짜 식욕과 진짜 식욕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진짜 배가 고프면 배에 꼬르륵 소리가 나거나 약간 속이 쓰리며 가벼운 현기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짜 식욕은 이런 증상이 없으면서 갑자기 특정 음식이 당기게 됩니다.

식욕을 줄이려면 우선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초반에는 식욕이 당길 때마다 물 한 컵을 마시고, 셀러리나 토마토 등을 먹어 허기를 채웁니다. 이들 음식은 장내 유익균을 늘려 그렐린(식욕호르몬) 분비를 줄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1석 2조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3~4주 정도만 계속하다 보면 몸이 적응해 식욕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천천히 씹는 것도 중요합니다. 식욕억제호르몬은 식사 20분 후 분비됩니다. 그 전에 식사를 마치면 배부르다는 신호를 받지 못해 과식하기 쉽습니다. 트립토판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좋습니다. 닭고기·오리고기·견과류·참깨·우유 등이 대표적입니다.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 신촌세브란스병원 이송미 영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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