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극단적 진영 논리로 설 민심 자극하려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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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탄핵정국을 보는 설 민심은 어수선하다.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편 가르기를 위한 고발·폭로·비방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어제 서울역 등 곳곳에서 탄핵 찬·반 단체들이 귀성객들을 상대로 선전전을 펼친 것도 그 한 단면이다. ‘탄핵은 반드시 2월에 이뤄져야 한다’와 ‘종북·좌익·기회주의 세력에 의해 반란이 진행 중’이라는 양극단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고발전은 적대감만 격화시키고 있다. 한 탄핵 지지 단체는 “‘계엄령을 선포해 촛불 반란군을 죽여야 한다’는 극언을 유포해 내란을 선동한다”며 ‘박사모’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박사모 측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란을 선동했다”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고발했다. ‘내란’이라는 섬뜩한 단어가 거리낌없이 오르내리는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이 보이는 태도도 실망스럽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인터넷방송에 나와 “최순실 사태는 거짓말로 쌓아 올린 거대한 산”이라며 기획음모설을 제기하고, ‘태극기 집회’를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편을 갈라 우호 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다. 최씨가 특검에서 “삼족을 멸하고 모든 가족을 파멸로 만들어 버릴 것”이라는 폭언을 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인격모독이고, ‘아니면 그만’ 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진보진영이 SNS에 퍼뜨리는 루머 수준의 의혹들도 귀 얇은 민심을 자극하고 있다. 박 대통령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향정신성 의약품에 중독됐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거나, 정유라가 박 대통령의 친딸이라는 식의 루머를 마구 전파하는 행태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구체적인 팩트를 외면한 채 입증할 수 없는 주장만 외쳐대는 이른바 ‘대안적 팩트(alternative facts)’를 퍼뜨리는 계산은 뻔하다. 진영 논리로 대선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려는 악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다. 모처럼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명절이나마 차분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자리가 되도록 놔두었으면 한다.